7.09.2026

[평창 오대산] 📋 [1편] 강원 산행 : 오대산 상원사에서 비로봉 정상, 적멸보궁·월정사까지 (주차·국보 문화재·단풍 탐방)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 적멸보궁


가을이면 산이 먼저 떠오른다. 붉게 물든 단풍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 산이기 때문이다. 2025년 10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오대산과 계방산을 연이어 오르는 여정에 나섰다.

중부지방의 단풍은 남녘 땅보다 10여 일가량 빨리 물든다. 해발 1,500m가 넘는 오대산은 계절도 한발 앞서가고 있다. 단풍을 보려면 조금 더 서둘렀어야 했다. 오대산에 도착해 보니 아쉽게도 단풍은 이미 지고 있는 중이다.

월정사 계곡을 따라 난 도로를 달려 오대산 중턱의 상원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다.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떠 있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차갑기보다는 살갑다.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상원사 윗길은 이미 모든 단풍이 지고, 대신 늦가을의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아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의 낙엽을 밟으며 계절이 이미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 오대산 산행 & 문화재 탐방 핵심 정보 요약

구분상세 내용
위치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홍천군, 강릉시 경계 (비로봉 해발 1,563m)
추천 탐방 동선상원사 주차장 ➔ 사자암 ➔ 적멸보궁 ➔ 비로봉 정상(1,563m) ➔ 하산 ➔ 상원사 관람 ➔ 월정사 & 전나무 숲길
시간산행 왕복 약 3시간 30분 ~ 4시간 (상원사·월정사 사찰 관람 시간 별도)
핵심
포인트
적멸보궁(진신사리), 가장 오래된 상원사 동종(보물)과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과 석조보살좌상(국보), 월정사 전나무 숲길

1. 사자암을 거쳐 부처님의 품으로, 적멸보궁

가파른 산길과 계단을 한참 올라 먼저 적멸보궁(寂滅寶宮)에 들렀다. 고요한 경내에 들어서자 자연스레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화려한 장식도, 낭랑한 염불 소리도 없다. 오직 산의 정적과 은은한 바람 소리만이 가득하다.

오대산은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지는데, 그중에서도 적멸보궁 자리는 오대산의 중심이자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힌다. 가장 신성시되는 성지이기에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법당을 향했다.

상원사 적멸보궁은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정선 정암사, 인제 봉정암과 함께 한국의 5대 적멸보궁으로 꼽힌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법당 내부에 부처님의 불상이 없다는 점이다. 법당 뒤편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신라시대 고승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 중 문수보살에게 받은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를 가져와 이곳에 모셨다고 전해진다.

법당에서 나와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오대산(五臺山)의 지리적 의미

오대산(해발 1,563m)은 강원도 평창, 홍천, 강릉에 걸쳐 있다. 설악산이 날카롭고 웅장한 암산(돌산)이라면, 오대산은 부드럽고 넉넉한 육산(흙산)의 매력을 지닌다.

'오대'라는 이름은 다섯 개의 평평한 대(臺,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대산, 서대산(호령봉), 남대산, 북대산(상왕봉)이 원을 그리며 감싸고 있다. 이 다섯 봉우리마다 보살이 상주하는 성지로 여겨져 골짜기마다 월정사, 상원사, 그리고 5대 암자가 흩어져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불교 성지다.

2. 오대산의 지붕, 비로봉 정상에서 얻는 깨달음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 정상

적멸보궁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무척 험하고 가팔라진다. 낙엽은 떨어져 길마다 수북이 쌓여있고, 잎을 떨군 나무들은 겨울채비를 하느라 앙상하여 늦가을의 쓸쓸함을 풍겼다.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한편으로 아쉽고 안타깝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과정일 것이다. 때가 되면 피어나고, 때가 되면 떨구고 스러지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꼭 붙들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욕심도 후회도 미련도 모두 부질없는 것들을 움켜쥐고 있지는 않은지.

옷이 푹 젖도록 땀을 흘린 뒤 마침내 비로봉 정상(1,563m)에 섰다. 시원하게 펼쳐진 능선과 높고 푸른 하늘, 그 위로 느릿느릿 흘러가는 하얀 구름이 맞아준다. 산은 늘 그 자리에서 "오느라 애썼다, 잘 왔다" 하며 토닥여준다.

정상에서 비로봉을 둘러싼 동·서·남·북대산을 바라보았다. 서로 어깨를 겯고 있는 웅장한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보며 산 아래 세상에서의 찌든 때를 훌훌 털어냈다. 심호흡으로 산의 정기를 들이마신 뒤, 햇볕이 따사로운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3. 세조의 일화와 세월을 품은 고즈넉한 상원사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 상원사 목조문수보살좌상

하산 후 오대산 중턱 해발 약 850m에 자리한 상원사(上院寺)를 둘러보았다. 신라 신문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상원사는 문수보살을 모시는 대표적 사찰로, 늦가을 햇살 아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상원사의 전설과 대표 문화재

  • 세조와 문수동자 이야기: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조선 세조가 상원사 앞 오대천에서 목욕을 할 때 지나가던 동자승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했다. 세조가 "왕의 몸을 씻겼다고 말하지 말라" 하자, 동자승은 "왕께서도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하고 사라졌다. 이후 세조의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으며, 이때 본 동자의 모습을 그리게 하여 만든 것이 국보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이다.

  • 상원사 동종 (국보): 725년(신라 성덕왕 24년)에 제작된 종으로, 현존하는 한국의 종 중 가장 오래되었다. 종 표면의 비천상 조각이 아름답고 소리가 맑고 웅장하다. 현재는 보존을 위해 유리각 안에 보관되어 있다.

4. 하산 후 마주하는 평온, 월정사와 전나무 숲길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를 나와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1,400년 역사의 큰절 월정사(月精寺)로 향한다. 오대천을 따라 길게 배치된 가람과 중심 법당인 적광전(寂光殿), 그리고 마당의 탑비가 웅장함을 자랑한다.

팔각구층석탑 (국보): 적광전 앞 마당에 서 있는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석탑이다. 팔각 형태의 몸체가 날씬하게 뻗어 올라가 고려 특유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석조보살좌상 (국보): 탑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탑을 향해 공양을 올리는 형태의 불상이다. 탑과 보살상이 세트를 이루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현재 마당의 불상은 모조품이며, 진품은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 월정사 전나무 숲길: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약 1km 이어지는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이다. 시간 관계상 차를 타고 나오며 눈으로만 그 푸르름을 담아낸다.

💡 여행을 마무리하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삿된 생각들이 모두 달아난 하루였다.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산 아랫녘 단풍은 반쯤 지고 반쯤 남아 가을의 기운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봄은 산 아랫녘에서부터 오지만, 겨울은 산 윗녘에서부터 오는가 보다. 아직 산 아래는 늦가을이지만, 산정을 다녀온 마음속에는 이미 겨울을 담아왔는지도 모른다. 저 산정의 나무처럼, 때가 되면 잎을 미련 없이 떨굴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된 것 같다.

🌿 무언가가 끝나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