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2026

[남양주 운길산] 운길산 정상에서 맞이한 바람, 그리고 수종사에서 내려다본 두물머리의 절경



경기 남양주시 운길산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늦봄에 올랐던 하남 검단산과 마주 보고 있으며, 두물머리의 장엄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남양주 운길산(雲吉山)으로 향한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나 출근 시간과 겹쳐 상습 정체 구간을 빠져나가는 데만 30분 넘게 지체된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서수원 IC에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거쳐 하남 IC로 나온 뒤, 북한강로를 달려 운길산 자락에 들어선다.

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가 산행의 시작점이기에 차를 몰고 수종사로 올라간다. 구불구불하고 외길처럼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오금이 저릴 정도로 불안하고 초조함이 밀려온다. 위쪽에서 차 한 대가 내려오는 아찔한 순간, 비켜설 곳이 없어 어찌어찌 겨우 자리를 만들어 서로 지나쳐 간다. 수종사 일주문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야 벌떡이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길이 이리 험해서야 다시 찾을 엄두가 나지 않을 듯싶다.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서 멈춘다'하여 이름 붙은 운길산은 해발 610m의 산이다. 이웃한 예봉산, 적갑산과 능선이 이어져 있어 등산 마니아들에게는 종주 코스로 인기가 높다.

📌 운길산 & 수종사 탐방 핵심 정보 요약

구분상세 내용
위치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운길산 해발 610m)
추천 코스일주문 주차장 ➔ 가파른 흙·돌길 ➔ 데크계단 ➔ 운길산 정상(전망대) ➔ 원점회귀 하산 ➔ 수종사(대웅전·팔각오층석탑·삼정헌·500년 은행나무)
시간정상 왕복 약 1시간 40분 ~ 2시간 (수종사 관람 및 휴식 시간 별도)
핵심  포인트정상 데크 전망대에서 보는 두물머리(남한강·북한강 합류지점), 대웅전 앞 한강 조망, 보물 팔각오층석탑, 세조의 500년 은행나무, 무료 다실 삼정헌

1. 푸른 숲길을 헤치고 운길산 정상에 오르다


경기 남양주시 운길산 정상


수종사 일주문을 지나 정상을 향해 산길로 들어서자 시작부터 경사가 급한 흙길과 돌길이 이어진다. 빛바랜 갈색 나뭇잎을 매달고 있는 나무들, 잎을 떨구고 헐벗어 메마른 나무들, 뒤늦게 색색으로 물들인 단풍잎을 앞세워 가을을 뽐내는 나무들이 섞여 있어, 땀을 흘리며 오르는 길에 풍성한 눈요기를 내어준다. 산은 이미 늦가을을 보내는 중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갈수록 더 가팔라진다. 특히 정상 직전에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지옥의 데크 계단 구간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계단만 버티고 올라가면 정상이라는 생각에 없던 힘도 짜내어 발걸음을 옮긴다. 출발지가 이미 산 중턱이었기에 한 시간 만에 마침내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마련된 넓은 데크 전망대에 서서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저 멀리 굽이쳐 흐르는 한강 줄기와 겹겹이 이어진 능선들을 바라본다.

눈앞에 보이는 저곳이 두물머리다. 두물머리 왼편에서 이 산 들머리로 흐르는 물줄기가 북한강이고, 저 멀리 동쪽에서 흘러와 합류하는 물줄기가 남한강이다. 검단산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가까이에 있는 두물머리가 손에 잡힐 듯 또렷하다.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의 거대한 강이 되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은 한 폭의 수려하고 장엄한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정상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며 한강물을 한참 동안 내려다본 뒤, 올랐던 길을 되짚어 수종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2. 천년고찰 수종사와 세조의 일화

올라올 때 가팔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길, 바닥에 떨어진 낙엽에 미끄러질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옆걸음질로 걸어가기도 한다. 약 40여 분쯤 내려갔을 때 은은한 염불 소리가 들려온다. 산길 초입에 다다라 주차장 반대편 돌계단을 올라 '동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 불리는 수종사(水鐘寺)로 향한다.

📜 수종사에 얽힌 역사와 인물들


경기 남양주시 운길산 수종사 - 삼정헌


세조와 물종소리의 일화: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가 이 고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밤중에 산 위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 찾아보니 운길산 바위 굴속에 16나한이 그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며 바위를 울려 종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에 감동한 세조가 절을 크게 중창하고 '물 수(水)' 자와 '종 종(鐘)' 자를 써서 수종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 진다.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
수종사는 '다선(茶仙)'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차를 좋아하는 다산을 위해 직접 빚은 차를 들고 찾아와 교류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운길산 자락 끄트머리에는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있는데, 정약용 선생은 젊은 시절 이 절과 산에 자주 올라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수를 바라보며 호기를 키웠다.

삼정헌(三鼎軒)과 보물 석탑
사찰 내에는 창밖으로 한강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차를 음미할 수 있는 무료 다실 '삼정헌'이 있다. 또한 조선 시대 석탑으로는 보기 드물게 옥개석과 탑신이 팔각 모양을 취하고 있는 수종사 팔각오층석탑(보물)이 자리하고 있다.

3. 대웅전 앞 마당에서 본 두물머리와 500년 은행나무


경기 남양주시 운길산 수종사 - 은행나무

대웅전 앞 마당에 서서 다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두물머리의 전경을 바라본다. 산 정상에서 보았던 것보다 강줄기의 물결이 한층 더 생생하게 눈에 들어온다.

서로 다른 길을 달려온 남쪽 강물과 북쪽 강물이 마침내 이곳에 이르러 하나가 된다. 그래서 그 이름이 '한(크다/하나)강'이고, 두 물이 하나가 되어 큰 강줄기를 이루었다 해서 한강이라 불린다.

대웅전 앞을 지나 동쪽 기슭으로 조금 내려가니 하늘을 샛노랗게 덮고 한강을 굽어보고 있는 두 그루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서 있다. 절정기를 맞은 부채꼴 은행잎은 황금빛 그늘을 만들었고, 열매도 주렁주렁 달아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이 은행나무들은 수종사를 중창할 때 세조가 하사해 심었다고 전해지며, 수령이 500년이나 되었다.

은행나무 아래 마련된 나무 의자에 앉아 눈앞에 흐르는 유유한 한강물을 가만히 바라본다. 가슴이 활짝 열리고 온갖 시름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험한 산길을 굽이돌아 수종사까지 오르는지 비로소 깊이 이해하게 된다.

💡 산행을 마무리하며

운길산과 수종사는 한강을 품은 수려한 자연경관은 물론, 옛 위인들의 풍류와 역사적 일화를 되돌아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장소다. 산과 강물이 어우러지는 국토의 아름다움을 이만큼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돌아오는 길, 250여 년 전 사회 개혁에 큰 뜻을 품었던 청년 정약용을 떠올리며 운길산 자락 끄트머리에 위치한 정약용 생가로 다음 여정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