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2026

[일본 큐슈]📋[1편] 엄마와 세딸의 여행 : 벳부 스기노이 호텔 온천·뷔페·아쿠아가든 3박4일 후기



일본 규슈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바라 본 구름 바다

 

유난히 따스했던 겨울, 세 딸은 엄마와 함께 집안일을 훌훌 벗어던지고 일본 여행길에 올랐다. 두 달 전 여행을 계획하고 예약할 때만 해도 먼 훗날의 일처럼 느껴져 정말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어느새 시간은 싹둑 자른 듯 지나고 기다리던 출국 날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정월 초여드렛날, 일을 마치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둘째와 강남 터미널에서 만나 막내네 집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사 후 처음 찾은 막내네 집이었는데,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이제야 방문한 것이 내심 미안했다. 먼 길 온 언니를 위해 손맛 좋은 막내가 오랜 시간 서서 요리하고 제부가 옆에서 거든 저녁상을 밤 10시가 지나서야 맞이했다. 온갖 수다를 떨며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가족들이 잠자리에 든 후에도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가방 속 짐을 확인하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 1일 차 주요 여행 코스 & 핵심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여행지 및 숙소일본 큐슈 벳부 (스기노이 호텔 / Suginoi Hotel)
여행 인원엄마, 세 딸, 이모, 사촌동생 (총 6명 모녀 대가족 패키지)
주요 동선인천공항 ➔ 후쿠오카 공항 입국 ➔ 벳부 이동 ➔ 스기노이 호텔 뷔페 ➔ 아쿠아가든/노천탕 ➔ 다다미방 휴식
주요 포인트

스기노이 뷔페: 입맛에 맞는 깔끔하고 풍성한 요리

언어의 장벽 극복: 모의 재치 있는 '머리 감기 바디랭귀지' 활약

타나유 & 아쿠아가든: 별빛 아래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노천온천

여행 팁

일본 도로는 한국과 반대(좌측통행·우측핸들) 길을 건널 때 오른쪽 확인

연로하신 부모님과의 여행 시 비행 시간이 짧고 온천이 잘 구비된 큐슈 벳부 코스 적극 추천

인천공항의 설렘과 후쿠오카 입국





여행 당일 아침, 막내제부의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캐리어를 끌고 출국 수속을 밟거나 대기하는 사람들로 공항은 활기가 넘쳤다. 열흘 전 미리 서울에 올라가 이모네서 지내시던 엄마는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친동생, 조카, 딸들과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라 마음이 들떠 밤새 선잠을 주무셨다면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환한 표정이셨다.

긴 출국 심사와 보안검색마저 즐겁게 마친 뒤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연로하신 엄마와 이모를 위해 비행시간이 짧고 온천에서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큐슈 벳부 코스를 선택한 것이었다. 해외나들이가 처음인 엄마 덕분에 나 역시 첫 해외 온천 여행의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양털 같은 구름 위를 지나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한 후, 지문 인식과 사진 촬영, 세관 통과를 거쳐 마침내 일본 땅에 첫발을 디뎠다.

좌측통행의 생소함과 스기노이 호텔에서의 풍성한 저녁

여행사 가이드 및 일행 28명과 함께 대기 중이던 관광버스에 올랐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차들이 도로 왼쪽으로 달리는 일본의 도로 체계는 오래된 습관에 이질감을 주어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무단횡단 시 벌금도 크지만 한국 습관대로 왼쪽만 살피다가는 오른쪽에서 오는 차에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가이드의 당부를 들으며, 너른 들판과 산을 지나 2시간 남짓 달려 벳부 스기노이 호텔에 도착했다.

객실에 짐을 풀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 호텔 뷔페 식당으로 향했다. 가짓수가 화려한 음식 앞에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 머뭇거렸지만, 음식이 깔끔하고 입에 잘 맞아 대만족이었다. 낯선 상황에 주저하는 우리 식구들과 달리, 호기심 많고 당당한 이모와 막내와 동갑인 사촌동생이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분에 생소한 일본 요리들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다.

바디랭귀지가 만든 웃음과 밤하늘 동백꽃 노천탕

저녁 식사 후 노천탕(아쿠아가든)을 찾아 나섰으나, 안내도를 챙기지 못해 길을 헤맸다. 프런트 직원에게 길을 물어봐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이모가 갑자기 직원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머리를 박박 문지르며 '머리 감는 시늉'을 해 보였다. 직원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지하식당 옆 온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연신 쿡쿡거리며 웃다가 "노 노, 아쿠아가든"이라고 다시 말하자, 직원이 웃으며 안내도에 동그라미를 크게 쳐주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몸짓 하나로 호탕하게 웃어제낀 순간이었다.

아쿠아가든 구경을 마치고 본관 지하 온천탕으로 향했다. 온천을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 하늘을 보며 즐기는 노천탕은 호기심 그 자체였다. 문을 열고 노천탕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밤바람이 온몸의 세포를 올올이 일으켜 세웠다. 탕 옆에는 빨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까만 밤하늘에는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온천수, 자연을 온몸으로 안아보는 노천욕은 단연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다다미방에서 나눈 행복한 맥주 한잔



일본 뱃부 스기노이호텔 다다미방

몸이 노곤해질 때까지 온천을 즐긴 뒤, 엄마와 이모가 머무시는 다다미방에 다 함께 모여 앉았다. 캔맥주 한 잔씩을 나누며 가슴속 깊이 밀려오는 벅찬 감정들을 풀어냈다. 결혼 후 각자의 삶과 살림에 치여 사사로이 시간을 내기 힘들었던 딸들과 자식들이,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했다.

동생과 딸들을 둘러보며 얼굴 가득 환한 웃음꽃을 피운 엄마의 모습은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웠다. 모녀가 함께 안아주고 웃으며 보낸 그 밤은 가슴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화사한 시간으로 새겨졌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내내 꿈결 같은 설렘으로 마음이 기분 좋게 들썩였다.

2015년 1월 세 딸과 엄마, 그리고 이모와 사촌동생이 함께했던 벳부의 차가운 밤바람과 따뜻한 온천수, 그리고 다다미방에서 피어난 웃음소리는 세월이 흘러도 내 가슴속에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온기로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