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2026

[경북 여행]📋[3편] 경주 2박3일 효도여행 기록 2일차 ① | 동궁과 월지(안압지)·양남 주상절리·문무대왕릉 갈매기 체험

 

경북 경주시 양남 주상절리

경주~동해안 효도여행 2일차 전반부 요약

구분주요 내용
지역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단지, 동궁과 월지, 양남면, 문무대왕릉)
핵심 동선숙소 보문호 조망 ➔ 조식 및 출발 ➔ 동궁과 월지(안압지) & 월성터 ➔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 문무대왕릉(대왕암)
관전 포인트보문호의 고요한 아침 풍경, 동궁과 월지 유물(14면체 주령구)에 서린 신라인의 풍류,  양남 주상절리의 장관, 대왕암 앞바다의 무속 제의와 갈매기 새우깡 모이 주기 체험
여행 팁겨울, 초봄 바닷가와 벌판은 바람이 매우 세므로 겹겹이 껴입는 방한 의류 필수. 동궁과 월지는 넓고 바람이 세므로 어르신 체력에 따라 주요 전각 위주로 둘러보는 것이 좋음

보문호의 고요한 아침과 삼촌의 유쾌한 옷차림

새벽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동이 트기도 전이었지만 엄마와 이모는 부지런히 사우나로 향하셨다. 다시 누워 뒹굴뒹굴하다 테라스로 나가 은은하게 펼쳐진 보문호를 바라보았으나 잠은 이미 아예 줄행랑을 친 뒤였다. 외투를 걸쳐 입고 다시 테라스로 나섰다.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촘촘히 들어선 벚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봄이 깊어져 벚꽃이 만개하면 참으로 장관이겠구나 싶었다. 이른 아침이라 바람 끝이 차가웠지만 한참을 서서 가슴 깊은 곳의 묵은 기운을 비워내고 맑고 새로운 바람을 채워 넣었다.

숙소 꼭대기 층 식당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오전 9시경 숙소를 나섰다. "바닷가는 더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라고 미리 말씀드렸더니, 삼촌은 털 점퍼 위에 코트까지 겹쳐 입고 나오셨다. "아무리 춥다고 한겨울도 아닌데 외투를 두 개나 껴입고 오셨어요? 몸이 답답하시겠어요." 하고 놀림 반 걱정 반으로 말씀드리니 삼촌은 "냅두세요, 괜찮아요. 내 맘이래요!" 하고 껄껄 웃음을 터뜨리셨다.

동궁과 월지(안압지)의 바람과 신라인들의 화려한 풍류



경북 경주시 동궁과 월지(안압지)

너른 벌판에 자리한 동궁과 월지(안압지)로 이동했다. 입구로 들어서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그 틈을 타 삼촌이 기다렸다는 듯 한 말씀 던지셨다. "거 보세요. 옷 잘 입고 왔지요?" 그 모습에 다 함께 한바탕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신라 궁궐 월성의 북동쪽에 위치한 안압지는 문무왕 때 축조된 궁원지다. 삼국통일 직후인 674년에 인공 연못을 조성하고, 679년에는 화려한 궁궐과 동궁을 건설하여 왕실의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본래 이름은 '월지'였으나 신라 멸망 후 폐허가 된 연못에 오리와 기러기가 날아드는 것을 본 조선 시대 시객들이 '안압지'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공 연못임에도 맑은 물이 흐르도록 배수로를 만들고, 호안에 굴곡을 주어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게 만든 조상들의 미학이 돋보였다.

1975년 발굴 당시 31개의 건물 터와 3만 여 점의 화려한 궁중 생활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그중 14면체 목제 주사위인 '주령구(酒令具)'가 인상적이었다. 연회에서 주령구를 굴려 나온 벌칙을 수행하는 놀이기구로, 세 잔을 한 번에 마시는 '삼잔일거(원샷)', 팔을 구부려 다 마시는 '곡비즉진(러브샷)', 술잔을 비우고 크게 웃는 '음진대소', 여러 사람 코를 때리는 '중인타비', 노래 없이 춤추는 '금성작무' 등 현대의 게임과 다를 바 없는 유쾌한 벌칙들이 적혀 있었다.

강풍이 매섭게 불어오자 노인 삼 남매는 추위로 몸이 절로 굳어지셨는지 길 건너 월성터만 살짝 둘러보고 이동하자고 하셨다. 옛 융성했던 흔적 대신 복원을 위해 둘러놓은 비닐 천만 쓸쓸히 날리는 월성터를 뒤로하고 바다로 향했다.

양남 주상절리와 문무대왕릉의 신비로운 풍경

바다에 누워 부채꽃을 피운 듯한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양남으로 이동했다. 밀려오는 투명한 바닷물과 하얀 파도,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검붉은 육모꼴 돌기둥들이 벌렁 드러누워 있는 듯한 양남 칠성 주상절리의 절묘한 자태는 자연이 만든 위대한 조각품이었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릉

이어 문무왕의 수중릉으로 알려진 대왕암(문무대왕릉)으로 발길을 옮겼다. 삼국통일을 이루고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호국 염원이 서린 바위섬이다. 정월 대보름 전날 찾아간 대왕암 앞 바닷가는 제를 지내는 천막들과 기도하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면서도 독특한 풍경을 자아냈다. 푸짐한 제상을 차려놓고 경을 읽거나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 부적과 옷가지를 태우며 극락왕생을 비는 연기가 공중으로 올라갔다. 기도하는 이들이 많아 이 지역 사람들이 잘 사는가 보다는 엄마의 덕담에 모두 허허 웃어보았다.

바닷가에 떼 지어 모여 있는 갈매기들을 보고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다가갔다. 새우깡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서 있자, 눈이 마주친 갈매기가 손가락 끝의 과자만 정확하고 잽싸게 물고 채어갔다. 엄마와 이모, 나까지 셋이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갈매기들과 어우러져 신나게 웃고 즐겼다. 엄마는 대왕암에서 흔치 않은 신기한 구경을 했다며 몇 번이고 즐겁게 회상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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