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2026

[고창 방장산] 방장산 등산코스 추천 | 양고살재·억새봉·방장산 정상·휴양림 원점회귀 산행기



전북 고창군 방장산 진입로
 

방장산 등산코스 핵심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위치전북 고창군 & 전남 장성군 경계 (높이 743m)
산행
코스
양고살재 ➔ 방장사 ➔ 문너머재 ➔ 벽오봉 ➔ 억새봉(패러글라이딩 활강장) ➔ 고창고개 ➔ 정상 ➔ 고창고개 갈림길 ➔ 숲탐험로 ➔ 방장산 휴양림 ➔ 양고살재 
시간 약 4~5시간 소요 / 초입 급경사 구간을 제외하면 무난하고 완만한 편
주요 볼거리신라 말 백제 가요 '방등산가비', 억새봉 패러글라이딩 활강장 전망, 자줏빛 꽃향유 및 보랏빛 용담 야생화, 고창 들판 조망
산행 팁양고살재 초입부터 약 45도 경사의 오르막이 펼쳐지므로 초반 페이스 조절 필요. 하산길인 숲탐험로 및 휴양림 구간은 경사가 완만하여 편안한 트레킹 가능

숙취와 두통을 딛고 나선 방장산 산행 초입

지난밤 과음으로 도저히 못 일어날 것 같다던 남편이 느닷없이 산에 가자고 제안했다. 정작 과음은 남편이 했는데, 이상하게 내 머리가 돌덩이를 넣은 듯 묵직하고 두통이 밀려왔다. 순간 갈등이 일었다. 과연 이 상태로 산을 타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산의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 한결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안고 집을 나섰다. 출발 시간이 다소 늦었던 터라 가까운 방장산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혹시 몰라 진통제 한 알을 털어 넣었으나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렸고 메슥거림까지 몰려와 괜히 나왔나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북 고창군 방장산 향유꽃

그래도 기왕 발을 들였으니 견뎌보자는 마음으로 양고살재에서 오르길 시작했다. 초입부터 경사가 45도는 족히 되어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이 버티고 섰다. 천근만근 같은 몸을 끌고 방장사를 거쳐 올라가다가 한적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약 기운이 돌기를 기다리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휴식을 취했다. 약 20분이 지나자 묵직한 기운만 약간 남았을 뿐 짓눌러왔던 두통이 싹 달아났다. 지체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조금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정한 산행 코스는 양고살재를 출발해 문너머재, 벽오봉, 억새봉(패러글라이딩 활강장), 고창고개를 거쳐 방장산 정상에 오른 뒤 다시 고창고개 갈림길로 돌아와 숲탐험로와 방장산 자연휴양림을 거쳐 양고살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산길, 그리고 억새봉의 역사

다듬어지지 않은 수수하고 정겨운 산길을 걷다 보니 가을이 스며들고 머물다 떠나가는 풍경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바짝 말라버린 나뭇잎들이 스치는 바람에 달랑거렸고, 잎을 떨군 가지에는 거미줄이 엉켜 있어 스산한 겨울 맞이 풍경을 연출했다. 아직 진초록을 머금은 잎들은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계절이 뒤엉킨 듯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가을에 가장 붉게 물든다는 붉나무만이 드문드문 선홍빛 이파리를 팔랑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북 고창군 방장산 방등산가비


억새봉에 다다르니 정작 억새는 찾아보기 힘들고 운동장처럼 넓게 조성된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이 펼쳐졌다. 한쪽에는 신라 말 백제의 후예가 지어 불렀다는 '방등산가비'가 서 있었다. 신라 말 도적들이 방등산에 숨어들어 양가 집 안의 부녀자들을 납치해 갔을 때 장일현의 여인이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며 지은 노래가 방등산가라고 전해진다.

방등산은 지금의 방장산(743m)을 가리키며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예로부터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받아 온 명산이다.

정겨운 야생화와 정상에서의 환상적인 조망

산길 주변에는 자줏빛 꽃향유가 꼿꼿하게 서서 인사를 건넸다. 반가운 마음에 살며시 쓰다듬어 보니 한쪽 방향으로만 꽃이 뭉쳐 피어있는 독특한 모양새였다. 무리를 지어 피어난 꽃향유는 몸을 돌려가며 풍성한 쪽을 보여주는 센스를 발휘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윽고 고창고개에 도착했다.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를 확인하는데 현재 위치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매번 이를 아쉬워하던 남편이 마침내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니, 왜 현 위치를 안 적어 놓는 거야? 여기가 어디인 줄 어떻게 알고? 급하게 구조 전화라도 할 때 위치를 물어보면 '여기가 현위치요, 현위치!'라고 답하라는 건가?"

"푸하하, '현위치'라니 맞네! 여기가 현위치지."

유쾌한 농담으로 웃어넘겼지만 등산객 입장에서는 산줄기나 삼거리마다 현재 위치가 명확히 적혀 있지 않으면 지도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커 세심한 배려가 아쉽게 느껴졌다.


                                   전북 고창군 방장산 정상

곧이어 도착한 방장산 정상에서는 고창 시가지와 넓은 들판이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왔다. 시원한 풍광을 감상하며 눈길을 돌리던 중 마른 풀숲 사이에 꼭꼭 숨어 보랏빛을 발산하는 용담이 눈에 띄었다. 뿌리가 용의 쓸개처럼 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초롱꽃처럼 피어나 '초롱담'이라고도 불린다는 이 꽃은 아름다운 자태와 이름이 참 잘 어울렸다.

모자도 쓰지 않고 가을 볕에 얼굴을 내놓고 다녔더니 피부가 살짝 따끔거렸다. '며느리 내보내는 봄볕, 딸 내보내는 가을볕'이라는데 가을볕에 얼굴 좀 내놓은들 어쩌랴 싶었지만 붉게 상기된 남편의 얼굴을 보니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그을렸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방장산 휴양림 숲길로 이어지는 여유로운 하산

정상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 3시쯤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계단이나 급경사가 없어 순조로웠다. 산책하듯 편안한 숲탐험로와 방장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출발점이었던 양고살재로 무사히 돌아왔다.

아침에 머뭇거리다가 집에만 있었더라면 종일 머리를 쥐어짜며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을 텐데 두통을 무릅쓰고 박차고 나온 것이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산이 건네준 맑은 공기와 건강한 기운이라는 값진 선물을 품에 듬뿍 안고 돌아온 만족스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