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산 & 핵심 정보 요약 등산코스
| 구분 | 주요 내용 |
| 위치 | 경남 함양군 안의면·서하 경계 (황석산 정상 1,190m) |
| 산행 코스 | 연천마을 들머리 ➔ 마을길(탐스러운 사과·오미자 다듬는 아낙) ➔ 가풀막진 된비알 ➔ 망월대 ➔ 황석산성 ➔ 황석산 정상(1,190m) ➔ 남봉 암릉 |
| 소요 시간 | 약 4~5시간 소요 / 연천마을~망월대 구간이 계단 하나 없는 가풀막진 된비알이라 체력 소모가 극심. 남봉 구간은 난간이 없는 바위 벼랑길로 오금이 저리는 상급 난이도 |
| 주요 볼거리 | 정유재란 당시 항전과 핏빛 전설이 서린 황석산성, 웅장한 바위 암봉 정상 풍경, 사방이 탁 트인 아찔한 남봉 암릉 조망, 고즈넉한 시골 마을 풍경 |
| 산행 팁 | 초입 들머리 오르막 경사가 매우 가파르므로 쉬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남봉은 추락 위험이 있으므로 무리하게 바위에 오르지 않도록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함 |
안개 속을 헤치며 찾아간 함양 연천마을 들머리
남편이 모처럼 휴가를 낸 금요일, 우리는 바위 봉우리가 빼어나기로 이름난 함양 황석산으로 향했다. 맨 앞에 트럭이라도 달릴라치면 답답한 마음일랑 애당초 반듯하게 접어넣어야 하는, 줄줄이 차띠를 잇는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 땅으로 달렸다.
출발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고 라디오 소리도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더니, 결국 사정없이 밀려드는 졸음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고개가 운전석 쪽으로 푹 꺾여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눈앞이 온통 희읍스름했다. 안개가 온산을 치감고 내려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네" 한마디 던지고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고개를 앞으로 옆으로 몇 번이나 떨어뜨리면서도 잠귀신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지리산 휴게소에 이르러서야 기지개를 켰다. 맑은 공기와 상큼한 산 내음에 잠귀신이 줄행랑을 쳤고, 달치근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정신이 초롱초롱해져 입이 나불대기 시작했다.
"나 자는 동안 과속한 건 아니지? 설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을 냅다 달리진 않았겠지?" 묻자 남편은 "허허, 세 치 앞까지 보이던데" 하며 허허실실 웃어넘긴다.
함양 유동마을에 들어서니 멀리 황석산의 자태가 보였다. 희끗하게 빛바랜 등산안내도를 보고 들머리를 찾으려 기웃거리다가 내친김에 날머리로 정해 놓은 용추사 앞까지 가기도 했다.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마을 사람에게 물어 비로소 정확한 들머리를 찾을 수 있었다.
황석산(1,190m)은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 내린 기백산, 금원산, 거망산, 황석산 등 네 봉우리 중 가장 끝자락에 솟구친 바위산이다. 산행은 연천마을에서 시작해 망월대, 황석산성, 정상, 남봉, 능선 삼거리, 거망산, 지장골, 용추사를 거쳐 다시 연천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마을 앞 도로변에 차를 대고 걸음을 옮기니, 연천마을이라 새긴 희끄무레한 돌비가 머리에 잡풀을 뒤집어쓴 채 길안내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한 마을 안에는 가지마다 탐스럽고 빨간 사과가 열려 있어 손을 뻗어 따고 싶었으나 이내 마음을 거두었다. 어릴 적 시골 친구네서 담 넘어 감을 따 먹고 서리하던 정있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고사리 하나만 꺾어도 신고 대상이 되는 각박하고 매정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르는 길목 마당에서는 고부간으로 보이는 두 아낙네가 오미자를 골라 담고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손이 아니었다면 정교하게 깎아놓은 조각상으로 착각할 만큼 잔잔하고 정결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풀막진 된비알을 올라 만난 망월대와 황석산성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하자 매운 기운이 쏙 빠진 가을 볕 아래서도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옷이 흥건히 젖을 만큼 흘러내리는 땀을 오늘은 닦지 않고 그냥 둬 보기로 했다. 땀방울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콧잔등에 맺힌 땀이 입속으로 들어와 짭짤했다. 퉤퉤거리며 입술을 훔치는 사이 미간에서 미끄럼을 탄 땀이 눈 속으로 들어가 찡끗거리다가 결국 수건을 꺼내 들고 말았다.
오르막은 너무나 가풀막졌다. 그 가파른 기울기가 정상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중간에 뿌리째 뽑힌 거목과 허리 꺾인 나무들이 길 복판에 누워 걸음을 가로막기도 했다.
그 흔한 계단 하나 없는 강파른 오르막을 보폭을 크게 벌려 성큼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네 발로 기어서 올라갔다. 두 시간 가량을 물 한 모금 삼키고 잠깐 서서 심호흡만 한 채 쉬면 못 오를까 봐 부지런히 발을 떼어놓았다.
그렇게 힘겨운 된비알을 올라 마침내 망월대에 이르렀다. 그제야 비로소 황석산 정상과 남봉, 북봉이 울뚝불뚝 얼굴을 내밀었고 서늘한 산바람이 달겨들었다. 종아리가 땡땡 뭉쳐 발걸음 옮기기가 힘들었지만, 봉우리에 올라선 성취감과 서늘한 바람 덕에 통증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조금만 가면 되겠다!"라는 남편의 말에 "뭐가 조금이야, 아직 한참 더 가야겠구만" 하고 투정을 부리니, 남편은 다리가 아픈 것을 눈치채고 쉬어가자고 했다.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그늘진 너럭바위에 몸을 부렸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푸른 하늘과 상크름한 바람이 땀에 밴 머리칼을 나부꼈다. 온몸으로 계절의 움직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산이 주는 선물이었다.
이어 함양 안의와 서하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황석산성에 올랐다. 정유재란 당시 성이 무너지며 왜군에 항거하던 많은 이들이 장렬히 전사했고, 부녀자들은 천길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져 북쪽 바위 벼랑이 지금도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는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그 고요한 성벽 위에서 숙연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웅장한 황석산 정상과 오금이 저리는 남봉 암릉
황석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웅장한 바위 끝으로 철제 계단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드르륵 바위를 뚫는 소리에 울었을 바위에게 못내 미안한 마음을 품고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서자, 눈앞에 숨 막힐 듯 펼쳐진 감동적인 대자연의 광경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조금 덜 보아도 될 터이지만, 제일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바위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기를 쓰고 올라오는 모양이다.
정상을 지나 계단도 난간도 없는 남봉의 바위 벼랑 길을 올랐다. 발아래 아득한 절벽을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려왔다. 기왕 내친걸음이라 남봉에 발도장을 찍긴 했으나, 지나고 보니 참 부잡하기 이를 데 없는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아찔한 남봉 암릉을 뒤로하고, 오후 2시 반이 되어서야 거망산으로 향하는 4.3km의 능선 마룻길에 발을 내디뎠다.
(황석산 정상과 남봉을 지나 거망산 능선 마룻길, 오아시스 같은 거망산 샘터, 지장골 야간 하산 및 용추폭포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함양 황석산·거망산(2)] 거망산 용추계곡 등산코스 | 능선 마룻길·거망산 샘터·지장골·용추폭포 하산기 (2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