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2026

[전남광주 무등산] 가을 끝자락 원효사~장불재~지공너덜~꼬막재 산행 및 전설 정리


전남광주 무등산

산을 하나 잘 넘었다고 서로의 등을 토닥거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또 큰 산을 넘었다. 세월을 저만치 밀어놓고 조금은 터덕거리면서 그렇게 넘었다. 그러고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어느 봄날, 우리는 비로소 진짜 산행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산행을 이어왔지만,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뜨뜻미지근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한 달 넘게 계속된 장마 속에서 하염없이 날짜만 꼽고 있었다.

지리하던 장마가 물러가고 나니 대지를 살라버릴 듯한 열기를 태양은 거침없이 내뿜었다. 산에 갈 수 있는 날이 자꾸만 뒤로 밀려 코로나도, 날씨도 야속하기만 해서 맥없는 허공에 주먹질을 일삼기도 했다.

기승을 부리던 한더위가 꼬리를 사려서야 마스크를 야무지게 쓰고 다시 산으로 향했다. 집에서 한 시간 안팎의 거리에 있는 무등산, 선운산, 강천산, 내장산에 올랐고, 다시 무등산, 선운산, 강천산, 내장산, 금성산, 천관산까지 바삐 돌아다녔다.

마지막 남은 힘으로 온몸을 사르어 빚어낸 빛깔—붉은빛, 검붉은 빛, 노란빛, 갈빛이 어우러져 울긋불긋 물들였던 무등산.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우리는 다시 무등산을 찾았다. 수년 전 가을 끝자락에 다녀왔던 무등산 산행 기록을 이제야 정리해 본다.

1. 무등산 개요 및 산행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산명/위치무등산 (광주광역시 동구·북구, 전라남도 화순군·담양군 일대 / 높이 1,187m)
산행 코스원효사 주차장 ➔끼등 ➔ 중머리재 ➔ 장불재 ➔ 지공너덜 ➔ 꼬막재 ➔ 원효사(산장) 회귀
주요 특징
낙엽 및 억새 길: 수북하게 쌓인 낙엽 소리와 알록달록한 능선 조망
지공너덜과 전설: 지공, 나옹스님, 김덕령 장군의 전설이 서린 바위 비탈길
꼬막재 내리막길: 완만하고 유순하여 마음이 느긋해지는 무등산 힐링 코스
산행 난이도중 (전반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수월하나, 지공너덜 및 능선 바람 주의)

2. 바스락거리는 낙엽 떼창과 따스한 중머리재

원효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토끼등을 지나 중머리재, 장불재로 올랐다. 산길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살짝 건드린 낙엽에서 바스락 소리가 옹골차게 났다. 일부러 낙엽을 힘주어 밟았더니 바스락바스락 떼창을 한다. 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냐며 절로 '시몬'을 불러냈다.

우우, 괴기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바람이 세차게 나무들을 훑고 달아났다. 낙엽은 비 되어 쏟아지고, 길바닥의 낙엽은 이리저리 뒹굴다 핑그르르 날아오르니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지나간다.

중머리재에 올라서자 산자락마다 알록달록 열두 폭 치마를 두르고 앞다투어 잘 보이려고 야단이 났다. 따스하게 내려앉은 햇살 아래 가지마다 단풍 든 잎들은 윤기가 흐르고, 산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도 햇살처럼 환했다.

3. 바람을 피해 들어선 지공너덜과 그에 얽힌 전설


전남광주 무등산 - 지공너덜


장불재에서 지공너덜로 걸음을 옮겼다. 판판한 바위에 자리를 잡고 보니 안양산이 지척에 보였다. 햇살은 고루 퍼져있었으나 바람 끝이 매서워 으스스 몸이 떨리고 음식을 든 손이 시릴 정도였다. 바람을 피해 두어 걸음 옮겨 바위에 바짝 붙어 앉으니, 거짓말처럼 바람도 비켜 지나간다.

💡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지공너덜' 이야기

무등산의 지공너덜은 돌과 바위 조각이 수없이 깔린 비탈로 약 3km가량 형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보조석굴과 석불암 터가 있다.

* 지공 스님의 전설: 인도의 승려 지공이 고려 시대에 건너와 이곳에 석굴을 만들고 제자들에게 불법을 가르치며, 그의 법력으로 너덜을 깔아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누가 밟아도 덜컥거리지 않는다"하여 지공너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나옹 스님의 설: 무등산에 염불암을 창건한 승려 나옹이 지공의 문하에서 설법을 들었기 때문에 지공너덜이라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 보조석굴: 너덜 안의 천연 석굴로, 보조국사 지눌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김덕령 장군의 전설: 정상 근처에 있던 수많은 돌을 김덕령 장군이 깨뜨리려고 내던져서 쪼개져 깔렸다는 전설도 함께 내려오고 있다.


전남광주 무등산

4. 늘 올라가기만 했던 꼬막재, 반대로 내려오며 찾은 재미

무등산은 어느 길을 잡아서 가든지 볼거리도 많고 된 길(가파른 길)이 많지 않아 대부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산장 쪽에서 꼬막재를 지나 장불재로 가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산허리를 따라 돌고 돌며 오르는 길이라 시간은 더 걸리지만, 이상하게 그 길로 들어서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로는 거리가 있어 지루할 것 같아 그동안 오르기만 했던 코스였는데, 지공너덜까지 2km 남짓 내려와 점심을 먹은 터라 이번에는 내리막 코스를 꼬막재로 잡았다.

물구나무를 서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듯, 오르기만 했던 길을 거꾸로 내려가니 같은 길임에도 색다른 신선함이 다가왔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꼬막재에서 산장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가녀린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을씨년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곧 추위가 몰아칠 텐데 어찌 한겨울을 버티어낼까 측은한 마음이 들면서도, 가지 사이로 열려있는 파란 하늘을 마음에 더 깊이 담았다. 내려가는 길 내내 환하고 시원하다며 새록새록 그 재미를 곱씹어 본 가을 끝자락의 무등산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