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나오는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솟아 있는 속리산(1,058m)은 충북 보은·괴산과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명산이다.
💡 속리(俗離)라는 이름의 유래
신라 선덕여왕 5년(784년), 진표(眞表) 대사가 이곳에 이르렀을 때 밭을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이를 본 농부들이 속세를 버리고 진표 대사를 따라 입산 수도하였는데, 여기서 '속세를 떠난다'는 뜻의 속리(俗離)가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7년 전 가을, 속세를 떠나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속리산으로 떠났던 산행의 기록을 다시 꺼내어 본다.
1. 속리산 개요 및 산행 정보 요약
| 구분 | 주요 내용 |
| 산명/위치 | 속리산 (충청북도 보은군·괴산군, 경상북도 상주시 / 높이 1,058m) |
| 산행 코스 | 법주사 ➔ 목욕소 ➔ 세심정 삼거리 ➔ 중사자암 ➔ 문장대 ➔ 신선대 ➔ 상고석문 ➔ 상환석문 ➔ 상환암 ➔ 세심정 ➔ 하산 |
| 소요 규모 | 약 15km / 약 9시간 소요 (1박 2일 일정 추천) |
| 주요 명소 | 문화재/전설: 정이품송, 법주사(팔상전, 청동미륵대불, 석련지, 쌍사자 석등) 절경/비경: 문장대(운장대), 이성계 기도의 터 상환암, 천년 절벽 |
| 산행 난이도 | 중상 (코스가 길고 바위 암릉 구간이 많으나 조망이 매우 뛰어남) |
2. 세월을 안고 서 있는 정이품송과 법주사
속리산에 오르기 전, 조선시대 세조가 정2품의 벼슬을 하사했다고 하는 정이품송을 만났다.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타고 있던 가마(연)가 소나무 아래를 지나게 되었는데,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어 "가마가 걸린다"고 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위로 들어 올렸다는 유명한 전설이 전해지는 나무다.
정이품송을 지나 사천왕문을 통해 법주사(法住寺) 경내로 들어섰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년)에 의신조사가 세운 절로, 부처님의 법이 머문다는 뜻을 담고 있다.
팔상전: 곱게 늙은 오층짜리 목조건물의 단아함
청동미륵대불: 황금빛 가사를 입고 지긋이 아래를 굽어보는 자비로움
마애여래의상: 연꽃 대좌 위에 두 다리를 걸치고 앉아 짓는 따뜻한 미소
그 외에도 하늘을 찌를 듯한 철당간, 천여 명의 밥을 지었다는 철솥, 자기 몸을 태워 부처님께 공양한 희견보살 등 헤아리기 숨이 찰 정도로 많은 문화재가 경내에 흩어져 있었다. 돌로 만든 작은 연못인 석련지, 품격 있는 쌍사자 석등, 그리고 이층 구조의 대웅전과 삼존불까지. 법주사는 크고 너른 터에 전각을 많이 지었음에도 경내가 참 단아하고 아늑했다.
3. 문장대를 향해 걷는 길 (약 15km / 9시간 코스)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문장대(文藏臺)는 하늘 높이 치솟은 바위가 흰 구름과 맞닿는다 하여 운장대(雲藏帶)라고도 불렸다.
문장대에 올라서니 산 위에 서지 않으면 절대로 볼 수 없는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봉우리마다, 능선마다 수려함을 뽐내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땟국물이 쏙 빠져 뽀얀 아기 엉덩이를 닮아 있었다.
바위들의 모습이 어찌나 다정한지 마주 앉아 어루만지고, 서로 등을 맞대고, 어깨를 기꺼이 내어주고, 와락 끌어안아 주기도 했다. 그 모습에 매료되어 우리도 잠시 바위와 한 덩어리가 된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차피 금방 내려올 것을 뭐 하러 기를 쓰고 올라가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산은 멋진 풍경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마음속 욕심과 이기심을 쓸어내고 그 자리에 겸손과 감사, 행복을 채워주는 곳이다. 산에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 자체가 곧 수행이자 참선인 까닭에 산을 찾게 되고 오르는 것이다.
4. 붉게 물든 상환암과 절정의 단풍
하산길에는 조선이 건국되기 전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상환암에 들렀다. 삼신각으로 오르는 절벽길은 무려 천 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풍화에 깎이고 다듬어져 바위 벼랑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이 극락정토인가, 연화세계인가 싶을 만큼 사방은 고즈넉했고, 벼랑 바위 사이 깊은 계곡의 단풍은 황홀하게 피어올랐다.
내려오는 길, 단풍은 그야말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노란빛, 불그스름한 빛, 초록빛, 그리고 그윽한 갈빛까지. 속리산은 너울거리는 단풍으로 알록달록 고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화려한 단풍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마침내 스스로 단풍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