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2026

[강원도 여행] 📋 [1편] 엄마와 함께 강원도 여행. 한여름날, 동해바다로 향한 마음


딸아이가 그랬다. 힘들 때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모든 자식들이 다 그럴 거란다. 엄마는 그런 존재란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한여름 여행을 계획했다. 남편은 모처럼 휴가를 맞이하여 둘만의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세월은 많이 흘렀는데 변변한 여행을 같이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여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쉽게 떨치고 나설 수가 없었다. 이런 내 마음을 백번 이해하여 남편은 기꺼이 엄마와의 여행을 함께 떠나주었다.

막국수 한 그릇에 담긴 시원한 위로

찌는 듯한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며 생명 있는 것들의 물기를 죄다 말리려 드는 한여름날, 우리는 강원도를 향해 떠났다. 극심한 더위도, 도로 정체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여행에 대한 설렘만 생각하기로 했다.

논산-천안 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로 오랜만에 달려보는 호남고속도로는 교통량이 별로 없어 한산하였고, 구불거리는 도로를 지날 때는 지방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정겨웠다.

남이 JC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소 JC에서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 원주로 들어갔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원주 맛집을 검색하니 향토 음식으로 막국수가 올라와 있다. 향교 앞 막국수 집에 길 안내기의 도움을 받아 찾아갔는데, 잘못 왔나 싶을 정도로 별 꾸밈없이 허름한 집에 간판만 우두커니 서 있다.

어찌할까 망설이다 '생활의 달인' 명패를 보고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겉모습과는 달리 크고 넓은 방이 여러 개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그 많은 방에 빈자리는 몇 남아 있지 않았다.

순메밀로 반죽하여 국수 가락을 직접 뽑아서 말아준 막국수가 일품이다. 면발은 쫄깃하고 국물은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있었다. 요 며칠 입맛이 없어 어떤 음식도 드는 둥 마는 둥 하셨던 엄마가 막국수를 달게 드셔서 무척 다행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아들고 줄줄이 섰다. 맛집으로 등극한 곳을 찾아가면 대부분 차례를 기다리느라 상당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밥 한 끼 먹자고 그냥 축내는 시간이 영 마뜩잖아 주저 없이 돌아서곤 했었다. 허나 오늘은 기다림에 대한 보상으로 이만하면 괜찮지 싶다. 여행지에서의 첫 식사가 더없이 흡족했기 때문이다.

피서 행렬을 뚫고 만난 비취빛 헌화로


                              강원도 강릉시 헌화로

원주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차량의 행렬이 끝이 없다. 모두들 관동지방으로 피서나 여행을 떠나는 차량들이다. 교통방송을 들으니 150만 가량의 피서객이 강원도로 이동할 거란다. 한 광역시의 전체 시민이 옮겨가는 꼴이다.

피서철이 되면 너나없이 맑은 계곡과 아름다운 바다를 찾아 나서기에 경치 좋은 곳으로의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직장인들의 휴가가 팔월 초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한몫하지 싶다.

가다가 서다가를 반복하다가 마지막 휴게소인 강릉휴게소에 들어갔다. 넘쳐나는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줄을 지었다. 먹기 위해 줄을 서고, 배출을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불볕더위에 땀범벅이 되어 헉헉대면서도 나들이길의 두근거림이 마음의 거슬림조차 걸러냈는지 그저 들떠있는 모습이다.

휴일이나 휴가철이 되면 관광지와 휴양지, 먹거리를 찾아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것이 요샛날 우리 생활문화의 한 모습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예전보다 돈도 시간도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마음을 쓰다 행한 걸음일 게다. 반 토막 난 좁은 땅은 그렇게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길마다 골짝마다 북적이고, 쉬는 날마다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강릉 JC에서 동해고속도로를 달리다 옥계 나들목으로 나와 금진항, 심곡항으로 꾸불꾸불 이어지는 해안도로 헌화로로 갔다. 이 도로는 신라시대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가는 길에 한 노옹이 수로부인에게 절벽에 피어있는 철쭉꽃을 따다 주면서 헌화가를 불렀다는 기록이 전해져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가는 도중 길가에 차를 세우고 비취색으로 빛나는 바다를 보았다. 바닷가에 서 있는 기암절벽은 일렁이는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엄마가 무척 좋아하셨다. 바위에 부딪치며 일어나는 작은 물보라가 예쁘고 바닷물이 무척이나 맑고 투명하다며 눈을 떼지 못하셨다.

정동진역, 아득한 동해바다 앞에 앉아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역

바다 가까이에 있어 넘실대는 물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헌화로를 달려 정동진으로 갔다. 정동진은 한양의 광화문에서 정 동쪽에 나루터가 있는 마을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정동진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샌들 속으로 들어간 모래가 바닷물에 발 한번 담가 보라고 발가락 사이에서 충동질을 한다. 그래 보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으나 그만두었다. 해안가로 난 산책길을 바다를 보며 따라 걷다가 돌아 나와 정동진역으로 갔다.

역에서 입장권을 끊어 플랫폼으로 들어서니 해풍을 맞아 허리가 구부러진 소나무가 큰머리 이고 나와 반겨맞는다. 바닷바람이라 세게 불 때는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소나무는 되레 짙푸른 솔잎을 촘촘히 달고 제법 큰 그늘에 앉을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다.

우리는 긴 의자에 책상다리를 하고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앉았다. 등 뒤에는 엔진 소리 드릉거리며 열차가 정차해 있는데, 의자들이 창쪽을 보고 나란히 놓여 있다. 바다 구경을 하라고 그런 모양이다.

열차가 사람들을 태우고 덜커덩거리며 철로 위를 삽시간에 빠져나가자 역에는 이내 정적이 감돌았다. 플랫폼에는 우리처럼 바다를 보기 위해 들어온 몇몇 사람만 남았다. 파도는 바다 위를 꿈실거리다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고, 다시 밀려갔다 밀려오기를 거듭한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온몸을 훑으며 집적거리는데, 그저 막힘없이 툭 트인 바다에 넋을 쑥 빼놓느라 꿉꿉한지도 몰랐다.

끝없는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엄마의 얼굴빛이 그윽하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그저 말없이 엄마와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물어가는 여행의 첫날

바다 위에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물속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고 모래밭을 서성이던 사람들도 바다를 등지자, 바다는 허전한 듯 맥없이 물결만 출렁인다. 바다를 보다가 그대로 앉아 목석이 되어도 좋을 만큼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으나, 뱃속은 무슨 소리냐며 당치도 않다고 얼른 일어서라며 극성을 떤다.

아쉬움에 몇 번을 뒤돌아보다 정동진 역사를 빠져나왔다. 안인진항에 들어섰는데 해변에서는 참가자미 축제가 한창이다. 고픈 배를 달래느라 먼저 매운탕과 회비빔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나오니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10여 분 차를 타고 산자락에 자리한 숙소로 갔다. 때가 한창 성할 때인지라 마음에 맞는 곳을 얻기가 쉽지 않았으나, 넓고 넉넉한 방에 들어 그런대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길고 긴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엄마가 피곤해하셨지만, 여행이 주는 설렘이 있었기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리에 누우셨다. 여행 첫날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었다.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 1일 차 여행 요약

  • 이동 코스: 출발 ⇒ 호남고속도로 ⇒ 중부고속도로 ⇒ 평택제천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원주(점심식사) ⇒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 ⇒ 옥계 IC ⇒ 헌화로(금진항-심곡항) ⇒ 정동진역 ⇒ 안인진항(저녁식사) ⇒ 숙소

  • 식사 및 맛집 정보:

  • 점심: 원주 향교 앞 순메밀 막국수

  • 저녁: 안인진항 매운탕 & 회비빔밥 (주변 주차장: 정동진역/모래시계 주차장, 헌화로 회도매센터 등 참고)

  • 숙소: 화이트캐슬 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