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2026

[청송 주왕산] 📋 [1편] 경북여행 : 주왕산과 주산지, 그리고 강구항의 추억


경북 청송군 주왕산 대전사

산을 잘라서 만든 길을 달리고, 산속을 뚫어 만든 길도 달린다. 오르막길을 올라 산을 넘어가는데, 산은 온통 알록달록 가을 치장에 여념이 없다. 주왕산으로 가는 길이다.

집에서 출발한 지 3시간 30분 만에 주왕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계는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늘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다녀온 사람마다 칭송이 자자해서 꼭 가봐야지 마음먹었지만, 멀다는 핑계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냥 나서면 될 일을 그동안 너무 뭉그적거렸었나 보다.

가을빛으로 물든 길을 따라 마침내 마주한 주왕산과 주산지, 그리고 영덕 강구항으로 이어지는 경북 여행 1일차 기록을 정리해 본다.

1. 청송 주왕산과 주산지 개요 및 핵심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산명/위치주왕산 (경상북도 청송군 및 영덕군 일대 / 높이 721m)
산행 및 여행 코스주왕산 주차장 ➔ 대전사 ➔ 학소교 ➔ 주봉 ➔ 용연폭포/대전사 방면 하산 ➔ 주산지 ➔ 영덕 강구항 이동 및 숙박
주요 특징
3대 암산: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한국 3대 암산으로 손꼽히는 기암절벽의 웅장함
주왕 전설: 당나라 주왕(주도)의 전설과 대전사 뒤편 솟은 '기암' 절경
주산지 왕버들: 조선 경종 때(1721년) 축조된 저수지와 물속에 뿌리내린 백 년 세월의 왕버들
산행 난이도 및 팁대전사~용연폭포 산책로는 평탄하나, 주봉 등산로는 경사가 있어 안전한 등산화 착용 권장

2. 주왕의 전설과 기암절벽의 웅장함


경북 청송군 주왕산 협곡

낙동정맥의 중간에 위치한 주왕산(周王山)은 해발 721m로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다.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히는 이곳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어 석병산(石屛山) 또는 주방산(周房山)이라고도 불린다.

당나라 때 '주왕'이라 칭한 주도가 장사 백여 명을 거느리고 장안을 치려다 패한 뒤, 요동을 지나 이곳 주왕산으로 피신해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봉우리마다, 암굴마다 주왕의 전설이 짙게 얽혀 있다.

주왕산의 봉우리들은 화산이 격렬하게 폭발한 뒤 흘러내리며 굳은 회류응회암으로 이루어졌는데, 대전사 뒤편에 솟은 흰 바위 봉우리가 주왕산 산세의 특이함을 대표하는 '기암'이다.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대전사는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어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법당이 나타난다. 절마당에 섰으나, 그 뒤로 우뚝 솟은 바위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겨 한동안 허여멀끔한 바위만 바라보다 산길로 들어섰다.

3. 사람들의 행렬을 지나 주봉으로 향하는 산길

단풍으로 물든 주왕천을 따라 걷다 학소교를 지나니 기암 사이로 장엄한 협곡이 나타난다. TV에서나 보던 그 풍경이다. 휘둥그레진 눈과 반쯤 벌어진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동안 수많은 기암절벽을 보아왔지만, 이토록 기막히고 웅장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대전사에서 제3폭포인 용연폭포로 향하는 길은 사람들의 행렬로 끝이 없었다. 심한 오르막이 없어 가볍게 산책하기에 그만이라 그런지, 3.4km의 산길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파로 북적이고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주봉을 향해 진짜 등산로로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발길이 뚝 끊겼다. 등산객보다는 가벼운 나들이객이 훨씬 많았던 모양이다. 산길에서는 색색으로 곱게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이 길가에 서서 손님맞이를 한다.

산길 쪽으로 미처 나오지 못한 나무들은 고개를 늘여 빼느라 휘어지고, 재주넘기라도 하듯 뒤로 발딱 젖히며 온몸으로 인사를 건넨다.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고맙다만,

"그러다 앞으로 꼬라박겠다. 허리도 속절없이 꺾어지겠네."

주봉에 올라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비를 흩뿌리니 몸이 으스스해지고 손 끝도 시려왔다. 날씨가 갑자기 사나워져 정상에서 느긋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허기는 달래야겠기에 빵 한 조각에 커피 한 잔으로 후다닥 배를 채우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속을 통통거리며 뛰어내려오다,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 절벽과 눈이 마주쳤다. 잿빛 구름이 내려와 산을 감싸는 풍경에 소나기가 한줄기 퍼붓는다 한들 대수랴 싶어 곱은 손을 펴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경북 청송군 주왕산 주봉에서 바라본 바위능선

4. 백 년의 세월을 견딘 주산지 왕버들

한눈팔지 않고 곧바로 내려왔더니 오후 4시가 조금 못 되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주산지를 들렀는데, 그곳 역시 사람들로 혼잡스러웠다. 차를 두고 30여 분을 걸어가자 다행히 비가 그치고 따스한 햇살이 퍼져나갔다.

조선 경종 때(1721년) 농업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산지는 사실 낮에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저수지와 별 차이가 없었다. 영화 속에서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유명세를 타지 않았나 싶다. 촬영이라는 건 참 마법 같으니까. 화순 세량지를 보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본다면 또 모를까 한낮의 저수지는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둑에서 본 주산지가 조금 실망스러워 그냥 돌아서려다가, 왕버들이 산책로 끝에 있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


경북 청송군 주산지 왕버들

그리고 만난 물속에 뿌리내린 왕버들은, 햇살을 받아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왕버들은 물속에 뿌리를 내릴 때 신비로움마저 함께 심었던 걸까. 그러니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저리 꿋꿋하고 우아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게지.

5.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르는 영덕 강구항의 밤

산행을 마치고 영덕 강구항으로 이동했다. 예전에 어머니 팔순 때 여행했던 길을 기억 속에서 더듬어보며 대게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때 묵었던 숙소를 다시 예약해 하룻밤을 보냈다.

해는 이미 지고 어둠이 검은 바다를 삼켜버렸지만, 멀리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아득하게 바다의 경계를 일깨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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