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5.2026

[고성 건봉사] 금강산이 시작되는 사찰, 부처님 치아사리와 분단의 아픔을 품은 당일치기 여행


청간정과 통일전망대를 지나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 목적지는 고성의 천년고찰 건봉사(乾鳳寺)다.이 절은 한국 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전통 사찰이다. 과거 설악산 신흥사, 낙산사 등 영동지방의 수많은 사찰을 말사로 거느렸던 전국 4대 사찰 중 하나로, 거대한 규모와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건봉사는 520년 신라 법흥왕때 지어진 오래된 사찰이다. 이 절에는 신라 자장율사가 당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 치아사리와 무지개 모양의 능파교 (보물), 그 양쪽에 바라밀 문양의 돌기둥, 불이문이 옛 건봉사터에 천년이 넘는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건봉사는 금강산이 시작되는 초입에 자리 잡고 있어 일주문에는 ‘금강산 건봉사’라는 현판이 당당히 걸려 있다.

                                     강원도 고성군 건봉사 불이문


⛰️ 고성 건봉사 개요 및 핵심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사찰명/위치건봉사 (乾鳳寺) /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거진읍 건봉사로 723
역사 및 의의

신라 법흥왕 때 창건(금강산 시작점에 위치한 4대 사찰 중 하나)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승병을 집결시킨 호국대찰

주요 볼거리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 자장율사가 당에서 가져와 봉안한 진신사리 보유

능파교 (보물): 대웅전과 극락전 영역을 잇는 아름다운 무지개 돌다리

불이문: 한국전쟁 중 유일하게 타지 않고 남아있는 건봉사의 역사적 문

관람 포인트민통선 바로 앞 분단의 아픔과 호국불교의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사찰 여행

🏛️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다시 일어선 대가람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본거지이기도 한 건봉사는 한때 3,000칸이 넘는 거대한 대가람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의 비극을 피하지는 못했다.

  • 1894년 동학농민운동

  • 1900년대 초반 대형 화재

  • 6·25 전쟁의 비극

연이은 수난으로 불이문 한 채만 남긴 채 모든 건물이 불타 없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오랜 기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에 묶여 있다가, 1989년 민통선이 해제되면서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어 지금의 아늑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 분단의 현실을 느끼다

건봉사로 향하는 길 한쪽은 여전히 철책으로 막혀있었다. 도중에 주차나 정차가 불가능하다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어, 민통선이 해제되었음에도 팽팽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단의 현실이 실감 났다.


🪷 마음이 안겨오는 고즈넉한 풍경과 연못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있다. 건봉사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지만, 압도하는 웅장함보다는 고즈넉하고 정갈한 멋이 먼저 다가왔다. 마치 오래된 벗을 만난 것처럼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졌다.


    강원도 고성군 건봉사 연못

경내를 천천히 걷다가 아담한 연못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연못에는 연꽃이 곱게 피어 있었다. 새하얀 꽃잎을 피운 연꽃도, 연분홍빛을 머금은 꽃도 있었다. 마치 새색시가 다소곳이 앉아 있는 듯 곱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다잡아주는 아름다움. 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의연함이 느껴졌다.

         "건봉사의 고요함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풍경이었다."

신라 시대에 창건되어 천 년이 넘는 시간을 품어온 절. 수많은 전쟁과 화마를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세월의 결이 절 곳곳에 깊게 스며 있었다.

🕯️ 치아사리와 적멸보궁에서의 소원

건봉사 보안원에서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친견한 뒤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이곳은 불단 위에 부처님 불상 대신, 유리창 너머로 부도와 사리탑을 모시고 있는 공간이다.


   강원도 고성군 건봉사 적멸보궁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잠시 두 손을 모았다.

  •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기를.”

  • “그 평범한 일상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거창한 욕심 대신,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지켜달라는 기도면 충분했다.


                                       강원도 고성군 건봉사

🍃 여행을 마치며

절을 나서며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건봉사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잘 가라고, 가서 잘 살라고” 따뜻하게 손짓하는 듯했다.

그날 건봉사를 나오며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는 것은 눈을 사로잡는 크고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천 년을 견뎌 온 시공간의 깊이라는 것을.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시간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