쩔쩔 끓는 온돌방에서 넋 없이 자고 일어난 홍도의 아침. 출항 시간이 10시 30분이라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홍도의 바다가 거침없이 방으로 들어온다. 싸늘하면서 신선한 아침 공기도 따라들어와 전날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홍도에서 흑산도로 향하는 길
홍도에서 나갈 때는 배가 파도를 등지고 가기 때문에 멀미를 훨씬 덜 할 거라더니, 정말로 크게 동요 없이 30분을 달려서 흑산도에 도착했다. 기름 냄새는 다르지 않는데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 배에서 내리자마자 속 메슥거림은 진정되었다.
💡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은 섬, 흑산도(黑山島)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위치하며, 면적 19.7㎢, 해안선 길이는 42㎞다.
산봉우리가 많고 바닷물이 시퍼렇다 못해 검다고 하여 '흑산도'라 불린다.
섬 대부분이 산지인 까닭에 주민들은 수산업과 관광산업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홍어로도 유명하며, 손암 정약전 선생이 15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며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남긴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신들의 정원부터 하늘다리까지, 흑산도 버스 투어
사리마을을 지나며 드는 생각
배편이 마뜩치 않던 그 옛날, 이 먼 섬까지 떠나온 정약전 선생은 흑산도의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그 긴 세월을 어찌 견뎌냈을까. 그럼에도 사촌서당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민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155종이 넘는 해산물을 채집하고 기록해 《자산어보》를 집필한 손암 선생의 끈기와 집념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흑산도를 한 바퀴 도는 내내 입에서는 쉴 새 없이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결코 표현이 되지 않는 절경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면서 흑산도의 절경을 마음에 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아즘찮의 아즘찮의
흑산도 일주를 마치고 터미널로 돌아와 멀미약을 챙겨 먹고 오후 4시 배에 올라탔다.갈 때의 지독했던 고생 때문인지 배에 앉자마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잠깐 눈을 붙였다 여겼는데 목포항에 도착할 때까지 두어 시간을 내리 잤던 모양이다. 의외로 잠 속에 묻혀 아무 고통도 멀미도 느끼지 못했다.새벽녘 푸른 어스름을 헤치고 출발해, 모진 파도와 지독한 멀미를 이겨내고, 홍도의 기암괴석과 깃대봉의 푸르름을 품었으며, 흑산도의 아련한 역사를 마주했던 시간들.
두 내외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홍도와 흑산도 여행을 한 것 자체가 진정 '아즘찮의 아즘찮의'였다.
(※ '아즘찮의':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 혹은 마음 깊이 다행스럽고 가슴 벅찬 감정을 뜻하는 옛 정겨운 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