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2026

[흑산도 여행] 📋 [2편] 검푸른 바다 위 비밀 정원, 흑산도 버스 투어



전남 신안군 흑산도

쩔쩔 끓는 온돌방에서 넋 없이 자고 일어난 홍도의 아침. 출항 시간이 10시 30분이라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홍도의 바다가 거침없이 방으로 들어온다. 싸늘하면서 신선한 아침 공기도 따라들어와 전날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홍도에서 흑산도로 향하는 길

흑산도 가는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갔다. 배는 타지도 않았는데 기름 냄새로 속이 먼저 울렁인다. 전날 고생했던 뱃멀미의 기억이 뇌리에 깊게 남아 몸이 먼저 반응하는 모양이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홍도에서 나갈 때는 배가 파도를 등지고 가기 때문에 멀미를 훨씬 덜 할 거라더니, 정말로 크게 동요 없이 30분을 달려서 흑산도에 도착했다. 기름 냄새는 다르지 않는데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 배에서 내리자마자 속 메슥거림은 진정되었다.


💡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은 섬, 흑산도(黑山島)

  •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위치하며, 면적 19.7㎢, 해안선 길이는 42㎞다.

  • 산봉우리가 많고 바닷물이 시퍼렇다 못해 검다고 하여 '흑산도'라 불린다.

  • 섬 대부분이 산지인 까닭에 주민들은 수산업과 관광산업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 홍어로도 유명하며, 손암 정약전 선생이 15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며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남긴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신들의 정원부터 하늘다리까지, 흑산도 버스 투어


하루에 한 번 있다는 흑산도 버스투어를 위해 우리는 아침 식사를 뒤로 미루고 머뭇거릴 사이도 없이 버스에 바로 올라탔다. 해변 도로를 따라 흑산도를 한 바퀴 도는 여정이다. 기사님의 정겨운 해설을 들으며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흑산도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전남 신안국 흑산도 - 상라리 고개


신들의 정원이라고도 하는 진리 당산을 지나, 꼬불꼬불 타래를 풀듯 이어지는열두 구비 고갯길로 유명한 '상라리 고개'에서 잠시 내렸다.

전망대 초입에 서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니 옥섬, 횡섬 등이 다도해의 보석처럼 반짝거렸고 그 너머로 아늑하게 안긴 흑산도항의 모습에 입이 절로 헤벌어졌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다시 버스에 탄 이후로는 줄곧 차창 너머로 아담한 어촌 마을과 작고 예쁜 항구들을 보았다. 교각이 없어 하늘에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는 흑산도의 명소 '하늘다리'도 지났다. 도로 아래로 깎아지른 바위 절벽과 시퍼런 물이 넘실대는 바다가 아찔해 보였다.


사리마을을 지나며 드는 생각


버스 창밖으로 정약전 선생이 유배 생활을 했다는 '사리마을'의 표지판을 스쳐 지나갈 때는 아쉬움이 참 컸다.

배편이 마뜩치 않던 그 옛날, 이 먼 섬까지 떠나온 정약전 선생은 흑산도의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그 긴 세월을 어찌 견뎌냈을까. 그럼에도 사촌서당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민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155종이 넘는 해산물을 채집하고 기록해 《자산어보》를 집필한 손암 선생의 끈기와 집념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흑산도를 한 바퀴 도는 내내 입에서는 쉴 새 없이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결코 표현이 되지 않는 절경을 보며 소리쳤다.

"아!" 
"아아!" 
"아아아!"

그러면서 흑산도의 절경을 마음에 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아즘찮의 아즘찮의

흑산도 일주를 마치고 터미널로 돌아와 멀미약을 챙겨 먹고 오후 4시 배에 올라탔다.갈 때의 지독했던 고생 때문인지 배에 앉자마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잠깐 눈을 붙였다 여겼는데 목포항에 도착할 때까지 두어 시간을 내리 잤던 모양이다. 의외로 잠 속에 묻혀 아무 고통도 멀미도 느끼지 못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 흑산도 아가씨 시비


순조롭게 배를 타고 온 것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새삼스럽게 생각되었지만, 진짜 마음은 '아즘찮의 아즘찮의'였다.

새벽녘 푸른 어스름을 헤치고 출발해, 모진 파도와 지독한 멀미를 이겨내고, 홍도의 기암괴석과 깃대봉의 푸르름을 품었으며, 흑산도의 아련한 역사를 마주했던 시간들. 

두 내외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홍도와 흑산도 여행을 한 것 자체가 진정 '아즘찮의 아즘찮의'였다.

(※ '아즘찮의':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 혹은 마음 깊이 다행스럽고 가슴 벅찬 감정을 뜻하는 옛 정겨운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