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관람을 마치고 햇살이 서쪽으로 기울 무렵, 거제 시내로 향했다. 많이 걷고 땀을 쏟아낸 터라 시장기가 기분 좋게 돌아 자연산 회를 먹으러 가는 길 내내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거제로 이동하는 길에 신선대에 들렀다. 기암괴석들이 바다와 한바탕 어우러져 그려놓은 웅장한 그림을 감상하고, 풍차가 있는 바람의 언덕은 먼발치로 바라보았다. 몽돌해수욕장도 들러보고 싶었으나 주차장에 차들이 꿈쩍도 하지 않아 그 앞으로 지나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 여행 코스 & 핵심 정보 요약
| 구분 | 주요 내용 |
| 여행지 | 경상남도 거제시 & 고성군 (신선대, 거제 펜션, 고성 공룡화석산지) |
| 일정요약 | 2일 차 저녁: 신선대 관람➔거제 횟집(자연산 모둠회·물회)➔거제 펜션 숙박 3일 차: 통영 해변횟집 점심➔고성 공룡화석산지 해변➔버섯요리 저녁➔귀가 |
| 주요 포인트 | 거제 자연산 회 & 물회: 싱싱한 모둠회와 새콤달콤 상큼한 물회의 별미 고성 공룡화석산지: 수려한 해안 절경과 바닷물에 발 담그기 체험 가족의 의미: 홀로되신 엄마에게 선물한 편안하고 가식 없는 시간 |
| 여행 팁 | 여행 중 숙소 체크아웃 시 옷장 등 소지품을 미리 확인하고, 해안가 통행로 개방 여부를 사전 체크할 것 |
거제의 싱싱한 자연산 회와 물회, 그리고 해프닝
드디어 제낭이 예약해 둔 거제의 식당에 도착했다. 자연산 모둠회에 물회, 회덮밥을 주문했다. 회는 싱싱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했다. 특히 처음 접해본 물회는 국수를 말아 넣은 새콤달콤한 국물이 어우러져 상큼함이 일품이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바다가 멀리 보이는 깔끔한 거제 펜션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잠자리에 누운 엄마가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서울 동생들이 사준 옷을 통영 숙소 옷장에 두고 왔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넷이나 있었는데 아무도 옷장을 확인하지 못한 탓이었다.
다음 날 아침 통영리조트에 연락해 옷을 확인하고 다시 찾으러 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3일 내내 통영과 거제의 해변도로를 끼고 돌았다.
점심은 통영 해변의 소문난 횟집을 찾아가 얼큰하고 진한 매운탕으로 해결하고, 건어물 가게에서 멸치, 새우, 쥐포, 오징어 등을 한 아름 샀다.
고성 공룡화석지와 뜨뜻미지근했던 바닷물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성 공룡화석산지에 들렀다. 수려한 해안 절경을 기대했으나 데크 통행로가 태풍으로 부서져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다. 아쉬운 대로 해변으로 내려가 3일 만에 처음으로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상쾌하고 시원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바닷물은 뜨뜻미지근했고, 샌들 속으로 모래가 들어와 이물감이 느껴져 금세 물에서 나왔다.
산청 IC를 통해 통영-대전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피로가 천근만근 쏟아졌다. 운전은 오롯이 막내의 몫이 되었다. 집 근처 버섯요리 집에 도착해 따뜻한 고기와 채소로 식사를 하고 저녁 8시쯤 집에 도착했다.
엄마의 환한 웃음을 가슴에 품으며
엄마와 딸 셋이 나란히 누워 그래도 못다한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우리는 늦게까지 잠자리에서 뭉그적거렸다. 딸들은 엄마 혼자 두고 가야 하는 부담때문에 쉬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허나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놓아야 했다.
돌이켜보면 엄마는 젊어서 여행이라는 걸 모르고 사셨다. 홀로되신 할머니를 극진히 모신 아버지 곁에서, 부부동반 여행조차 엄마 대신 할머니가 가셨어도 불평 한마디 없으셨던 엄마였다.
아버지 가시고 일주일을 엄마와 우리 집에서 보내고, 이번 여행까지 총 열하루의 시간을 엄마와 함께했다. 감출 것도, 둘러댈 것도, 얼굴 찌푸릴 일도 없는 딸들과의 이 시간이야말로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 아니었을까.
엄마는 환하게, 소리 내어 활짝 웃으셨다. 그 환한 웃음 속에 녹아 있던 깊고 깊은 사랑을 가슴에 품으며, 우리는 또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서랍 속 고이 간직했던 추억을 다시 꺼내어 본다. 세월은 흘렀어도 그날 엄마가 보여주셨던 환한 웃음과 따뜻했던 바닷바람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