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4.2026

[완주 대둔산]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 삼선계단·금강구름다리·마천대 완주기

                                                                            

전북 완주군 대둔산 금강 바위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예로부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으로 향했다. 삼례 나들목을 지나 산과 골짜기를 따라 연둣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싱그러운 신록의 산하를 지나니 아침 8시가 조금 못 되어 대둔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일찍 서두른 덕분에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등산객도 여남은 명에 불과했다. 덕분에 한적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을 만날 수 있었다.

입구 매표소에서 시작해 동심바위, 금강문, 금강구름다리, 삼선계단, 마천대 정상을 거쳐 왕관바위, 장군바위, 그리고 다시 하산하는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산 입구의 동학농민혁명 항쟁전적비를 지나자마자 곧바로 가파른 오르막이 펼쳐졌다. 바위산답게 급경사의 돌계단이 계속되어 보폭을 넓히고 힘을 주어 올라야 했다. 초입에서 목청 높여 울어대던 새소리도 점차 멀어지고, 산속은 이내 거친 숨소리만 들릴 만큼 깊은 고요에 잠겼다.


전북 완주군 대둔산


📌 대둔산 등산 코스 & 핵심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위치 전북 완주군·충남 논산시·금산군 경계 (대둔산 도립공원)
산행 코스매표소 ➔ 동심바위 ➔ 금강문 ➔ 금강구름다리 ➔ 삼선계단 ➔ 마천대(정상) ➔ 왕관바위·장군바위 능선 ➔ 케이블카 승강장 ➔ 주차장 하산
 시간약 6시간 소요 / 암릉과 가파른 계단이 많아 체력 소모가 큼, 미끄러움 주의
주요 포인트

금강구름다리: 봉우리 사이를 잇는 붉은색 철제 현수교에서 즐기는 암봉 조망

삼선계단: 수직 절벽에 설치된 깎아지른 경사의 아슬아슬한 철제 계단

마천대 (878m): 대둔산 최고봉으로 탑 형상의 개척탑이 설치된 정상 조망대

산행 팁

주차장 완비 및 케이블카 운행(선택 이용 가능)

이정표가 불분명한 비지정 오솔길 하산 시 가파른 바위와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스틱 필수 준비

동심바위와 금강구름다리, 삼선계단의 짜릿한 스릴

원효대사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 동안 바위 아래 머물렀다는 '동심바위'를 지나고, 임진왜란 당시 영규대사가 의병들과 통과했다는 '금강문'에 다다랐다. 문을 지나자 웅장하고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탄성을 자아냈다.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위태롭게 잇는 철제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며 발아래 펼쳐진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출렁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살짝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참아냈다.



전북 완주군 대둔산 삼선계단

이어 마주한 삼선계단은 수직으로 깎아지른 암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조망이 뛰어난 절벽마다 안전 난간과 관람 공간을 설치해 둔 모습을 보며 인간의 부잡스러움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나 역시 아찔한 곳이라도 꼭 올라서서 풍경을 확인하고야 만다. 

경사를 뚫고 마침내 해발 878m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 올랐다. 정상에서 둘러보는 수려한 풍광은 자연이 만든 위대한 예술 작품 그 자체였다. 다만 정상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스테인리스 개척탑은 주변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다소 어우러지지 않는 이질감을 주어 아쉬움이 남았다.

장군바위 능선과 산죽나무 길의 정겨움

정상을 지나 장군바위 방향으로 향하는 길에는 무성하게 자란 산죽나무 군락이 반겨주었다. 손으로 대나무 잎을 훑으며 걸을 때 나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들어 사잇길이 끝날 때까지 바람을 일으키며 걸었다. 산죽 길을 벗어나 능선을 타고 내려오니 사방이 탁 트인 넓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의연하게 뿌리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모진 풍파를 견뎌낸 소나무의 푸른빛은 유난히 푸르고 눈부셨다.

생각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상부의 바람이 몸이 떨릴 만큼 차가워서 햇살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쯤 하산을 시작했다. 오를 때 본 안내도에는 표시되어 있던 길이었으나 삼거리 이정표에는 표지판을 떼어낸 자국만 남아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오래 끊겨 등산로라 부르기 어색한 가파르고 험한 오솔길이었다.


                                      전북 완주군 대둔산 산죽나무                                  

험한 하산길의 소소한 유머와 온전한 휴식

비탈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몇 번이나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팔꿈치를 찧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민첩하게 행동한 덕분에 몸이 멀쩡했다. 스스로 대견해 

"나 정말 순발력 있는 것 같다."고 외치니 남편은

 "넘어지는 순발력 아냐?"며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가파른 외길이 이어지던 중 고운 소리로 지저귀는 새 한 마리의 노래를 이정표 삼아 평평한 바위에 앉아 뻐근한 다리를 풀었다.

한참을 더 내려가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암벽 등반을 즐기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 마침내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달했다. 다소 길을 헤매며 가슴을 졸이기도 했지만, 계곡을 타고 하산하며 바위와 나무와 하나 되는 온전한 산행의 묘미를 누렸기에 더없이 만족스러운 코스 선택이었다. 오르내리느라 온몸이 뻐근했는데도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주차장까지 걸어서 내려왔다. 산을 내려왔을 때는 눅눅했던 마음이 어느새 상쾌하고 보송보송한 새 기운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슬아슬했던 대둔산의 암릉과 삼선계단, 그리고 가파른 하산길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누었던 웃음소리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