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잘 견뎌주실까 염려하는 마음에 3박 4일이 길지도 모르겠다 여겼었는데, 시간이 속사포로 내달렸는지 어느새 돌아갈 날이 되어있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선 설악산의 기암괴석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9시부터 운행되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설악산으로 갔다. 매표소에서 노약자분들을 모시고 간다고 하니 차단기를 올리고 들어가라기에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차를 타고 쑥 들어갔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 옮기니 케이블카 승강장 건물 앞에는 그늘진 바위에 걸터앉은 사람, 풀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매표하러 들어갔는데 그곳에도 어김없이 줄은 늘어서 있었고, 내가 받아든 표는 탑승 시간이 9시 50분이었다.
한 시간 기다려서 탄 케이블카는 가득 찬 사람들로 콩나물시루가 되었다. 그마저도 이제 기다림은 끝이라는 기쁨에 '그대로 멈춰라' 놀이라도 하는 양 꼼지락거리지도 않고 숨소리마저 삼킨 채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창밖을 보았다.
5분이나 지났을까, 우리는 모두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산위에 올라있었다. 기암괴석이 갖가지 모습으로 우뚝 서있어 마치 조각 전시장을 찾은 것 같았다.
세월을 되돌아보는 울산바위 앞에서

졸업여행 때 올랐던 울산바위가 건너편 산에 병풍을 쳤다. 푸릇푸릇 생기 넘칠 때였다, 울산바위를 한달음에 올랐던 것이. 그랬던 것을 이제는 강산이 여러 번 변했을 세월을 보내고 귀밑머리 허애져 울산바위를 바라보고 섰구나.
세월이 시위 떠난 화살과 같다더니만 언제 그 많은 세월을 그리 쉽게 보내버렸을고. 성큼성큼 뛰는 세월이 질풍처럼 내닫기 전에 다리 힘 짱짱하게 잘 유지했다가 다시 한번 꼭 오마고 속엣말을 넌지시 흘려주었다.
권금성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엄마가 힘들어하셔서 외삼촌과 남편만 권금성으로 가고 우리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이렇게라도 설악산에 올라 신흥사의 거대한 철불을 내려다보고 눈앞의 웅장한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엄마와 이모랑 옛날을 이야기하고 지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마지막 막국수, 그리고 아쉬운 작별
속초고속터미널 가는 길에 버스 예매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남아 간단하게 막국수로 점심 식사를 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좀 짧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벌써 몸은 나른해지고 마음도 느슨해져 돌아갈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외삼촌과 이모를 먼저 배웅해드리고, 우리도 곧이어 집으로 향했다.
여행을 하기 위해 계획한 일정표대로 다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몇 군데 들르지 못한 것 빼곤 얼추 이행했지 싶다. 한편 동해바다까지 가서 물속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래오래 아름답게 남아주기를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언제가 되었든 꼭 한 번은 다 같이 여행을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있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걸음을 올여름에서야 가까스로 풀어낼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걸음이 뿌듯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어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에겐 그토록 좋아하는 외삼촌과 이모가 함께해서 그 무엇보다 즐겁고 가슴 따뜻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세 분 모두 아직은 꼿꼿한 몸과 총총한 정신으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건강한 생활을 하고 계신다. 그에 감사한 마음 가득하나 스치듯 흐르는 세월은 활기차게 걷던 걸음도 어기적거리게 하고, 반듯했던 자세도 점점 구부정하게 하며, 또렷하게 구사했던 말도 어눌해지게 만들고, 잘 들리던 소리도 차츰 흐릿해지게 할 것이다.
그럴지언정 깊은 속내까지 다 드러내어 서로를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우애가 돈독한 엄마 형제들이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그 자리 지켜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 4일 차 여행 요약
이동 코스: 숙소(호텔설악파크/아침식사) ⇒ 설악산 국립공원(권금성 케이블카 · 신흥사 대불 조망) ⇒ 속초시내(점심식사/막국수) ⇒ 속초고속버스터미널(외삼촌·이모 귀가) ⇒ 집으로 출발
식사 및 맛집 정보:
아침: 호텔설악파크 식당
점심: 속초 시내 막국수 전문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