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2026

[제주 여행] 📋 [5편] 마지막 날: 달달했던 4박 5일 제주 여행을 마무리하며


1. 늦잠으로 놓친 해돋이, 그리고 웅장한 용머리해안

형제섬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라기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알람만 끄고 다시 잠들었던 모양이다. 일어나서 보니 해는 이미 하늘 높은 곳에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용머리해안으로 갔다. 다행히 썰물 때라 해안 절벽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새삼 감탄했다. 뉘라서 저리 웅장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물질하는 해녀를 보았다. 숨비소리도 들었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숨을 참다가 참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위로 올라와 토해내는 숨소리를.

그늘이라고는 없고 태양은 불을 뿜는데, 전복, 멍게, 해삼을 먹고 가라며 손짓한다. 물질하는 해녀들이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남편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수십 년 물질에 잔뼈가 굵고, 위험도 마다하지 않고 물질을 이어간 해녀들의 고달픈 삶이 스쳤다.

덥다. 활활 타오르는 화로를 머리에 이고 있는 것 같다. 용머리해안에서 나오는 길에 얼려서 파는 천혜향 주스를 샀다. 새콤달콤한 주스가 목을 타고 넘어가니, 더위는 바람 쐬고 오겠다며 핑 나가버린다.





2. 세한도가 태어난 곳, 추사 유배지를 찾아서

제주에서의 마지막 여행지 추사 유배지로 향했다. 서귀포시 대정현으로 유배 간 추사 김정희는 이곳에서 9년 동안 머물며 추사체를 완성하고 완당집을 편집하는 등 인생 후반기의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명작 '세한도'를 완성시켜 학문과 예술 세계를 꽃피운 곳이다.

뱃속에서 난리가 났다. 우르릉 천둥이 치는가 하면, 이러다 뱃가죽이 등가죽과 맞붙겠다고, 등이 활처럼 휘겠다고 엄살을 떤다. 그러고 보니 밥때가 한참 지나있었다.

늦은 김에 쉬어간다고 모슬포 맛집을 찾아 나섰다. 제주 흑돼지와 제주의 해산물 보말이 들어간 칼국수로 허기진 뱃속을 달랬더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만족해한다.





3. 내 안에서 영원히 펄럭일 추억의 장

숨 가쁜 여행이 아닌 차분한 여행을 계획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느긋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제주에서의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한 시간 달려가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나면, 한순간에 지나버린 것 같은 달달했던 4박 5일간의 제주여행이 마무리된다.

여행은 막을 내렸으되 제주에서의 시간들은 생각나면 하나씩 들춰내어 미소 짓고, 힘들 때나 편할 때나 조금씩 꺼내어 볼 아름답고 알차게 엮은 추억의 장으로 내 안에서 오래도록 펄럭일 것이다.


<2018년 6월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