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2026

[순천 조계산] 여름날의 조계산 산행, 선암사 승선교와 보리밥집의 추억


전남광주 순천시 선암사 승선교


천년 고찰 선암사의 고즈넉한 인문학적 매력부터 땀방울 맺히는 장군봉 오르막, 조계산의 시그니처인 원조 보리밥집에서의 식사, 그리고 피로를 싹 씻어주는 편백나무 숲길 힐링까지 조계산 산행의 모든 과정을 상세히 정리해 본다. 

1. 순천 조계산 산행 핵심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산명/위치조계산(해발 884m) /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송광면·주암면 경계
등산 코스선암사 ➔ 승선교·삼인당 ➔ 대각암 ➔ 장군봉(884m) ➔ 작은굴맥이재 ➔ 보리밥집(점심) ➔ 큰굴맥이재 ➔ 편백나무 숲길 ➔ 선암사 원점회귀
사찰 및 문화재
승선교(보물): 속세의 번뇌를 씻어낸다는 전설이 담긴 아치형 돌다리
삼인당: 제행무상·제법무아·열반적정의 삼법인 사상을 담은 인공 연못
침굉송: 굽어있어 장수하며 멋을 더하는 선암사의 500년 된 와송
대각암: 대각국사 의천이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암자
산행 난이도 및 특징
난이도 중: 대각암 이후 장군봉까지 가파른 연속 오르막 형성, 식사 후 큰굴맥이재로 넘어가는 구간도 가파름
승선교와 강선루의 어우러짐, 보리밥집 비빔밥, 연리지, 편백나무 숲 
식사 및 등산 팁조계산 보리밥집은 산 중간에 위치해 하산길 동선에 포함하기 좋음. 식사 전 과한 간식보다는 두유 정도로 허기를 달래고 도착해 비빔밥 추천

2. 선암사 승선교와 고즈넉한 사찰 풍경

오전 8시 40분,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선암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에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담장을 떠올리며 걸어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보물 제400호로 지정된 승선교였다. 아름다운 무지개 모양의 아치형 돌다리를 건너며 속세의 찌든 번뇌를 비워내듯 마음을 정돈해 본다. 승선교 아치 사이로 비치는 강선루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전남광주 순천시 선암사 와송



길을 조금 더 오르면 불교의 세 가지 근본 교의인 삼법인(제행무상·제법무아·열반적정)에서 이름을 딴 알 모양의 연못 삼인당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은 변하며 절대적인 나란 존재는 없으니 이를 깨달으면 열반에 이른다'는 불교 사상이 담긴 특이한 형태의 연못이다.

경내에 들어서니 선암사의 명물인 500년 세월의 와송 침굉송이 운치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선 숙종 때 팔을 베고 누워 도를 통했다는 현변스님의 호(침굉)에서 유래한 나무다. '똑바로 자란 나무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굽어진 나무가 더 오래 살아남아 기품을 만든다'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다. 연못가에 청초하게 피어난 흰 연꽃 또한 지친 마음을 은은하게 달래주었다.

3. 대각암을 지나 땀방울 끝에 오른 장군봉 정상

전남광주 순천시 조계산 정상 - 장군봉

사찰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서자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대각암이 나타났다. 단정한 대각국사 부도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험난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정한 코스는 선암사 ➔ 대각암 ➔ 장군봉 ➔ 작은굴맥이재 ➔ 보리밥집 ➔ 큰굴맥이재 ➔ 편백나무 숲길 ➔ 선암사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다.

하늘이 트이며 정상에 다다랐나 싶다가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지에 비 오듯 땀이 흘렀다. 몇 번이고 가다 쉬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해발 884m 조계산 정상 장군봉에 올랐다. 정상석에 서서 모처럼 기념 사진을 남기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니 고된 산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출출함이 밀려왔지만 조계산의 별미인 보리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간식 대신 두유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래며 서둘러 하산길에 나섰다. 산길 옆으로 피어난 커다란 산딸나무 꽃과 계울물 위에 동둥 떠다니는 작고 귀여운 흰 꽃잎들이 하산길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4. 조계산의 명물, 꿀맛 같은 보리밥 한 그릇

정상에서 한 시간가량 부지런히 내려오자 마침내 조계산 보리밥집에 다다랐다. 식사 시간이 지났음에도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산객들로 가게 안팎이 시끌벅적했다.

넓은 평상에 자리를 잡고 대접에 보리밥과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 그리고 갖가지 신선한 나물 반찬을 가득 넣어 쓱쓱 비벼냈다. 허기진 상태에서 먹는 나물 비빔밥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순식간에 대접을 깨끗하게 비워내자 속이 든든해지면서 나른하고 기분 좋은 피로감이 밀려왔다.

5. 연리지와 편백나무 숲길에서 마무리를 짓다


전남광주 순천시 조계산 편백나무 숲

배를 채운 후 큰굴맥이재로 향하는 길은 배가 불러서인지 더욱 가파르고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헉헉거리며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 고개를 넘어선 뒤에야 비로소 가쁜 숨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나무가 결을 맞춰 한 몸처럼 자란 연리지를 만났다. 간절함이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로운 광경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에 젖었다.

산행의 마지막은 쭉쭉 뻗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편백나무 숲길이 장식했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진하게 풍겨오는 피톤치드 향이 코끝을 스쳤다. 편백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누워 깊은 숨을 내쉬니 하루 동안 쌓였던 근육통과 피로가 순식간에 달아나는 듯했다.

자연 속에서 온전히 재충전한 이 단단한 기운은 다가올 한 주를 살아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매번 힘을 들여 산을 찾게 되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