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산 연천마을 들머리·황석산성·아찔한 남봉 암릉 산행기 [1편]에서 이어집니다.)
(황석산 연천마을 들머리·황석산성·아찔한 남봉 암릉 산행기 [1편]에서 이어집니다.)
거망산·용추계곡 등산코스 & 핵심 정보 요약
| 구분 | 주요 내용 |
| 위치 | 경남 함양군 서하면·안의면 (거망산 정상 1,184m / 용추계곡) |
| 산행 코스 | 황석산 남봉 ➔ 능선 마룻길(4.3km) ➔ 거망산 샘터 ➔ 거망산 정상(1,184m) ➔ 지장골 ➔ 용추사(용추폭포) ➔ 도로 도보 이동 ➔ 연천마을 (원점회귀) |
| 소요 시간 | 약 5~6시간 소요 / 능선 마룻길의 웃자란 잡풀지대 헤치기, 지장골 급경사 하산, 어둠 속 계곡길 길 찾기, 날머리 후 1시간 도로 이동 등 체력 안배가 필요한 중상급 난이도 |
| 볼거리 | 키 넘는 풀숲을 헤치는 호젓한 능선길, 이끼 돌 틈에서 콸콸 쏟아지는 오아시스 같은 거망산 샘터, 15m 높이에서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용추폭포, 적막한 산골 마을 밤길 |
| 산행 팁 | 지장골 하산 시 땅거미가 지면 시야가 매우 답답해지므로 나무에 달린 산악회 리본(표지띠)을 꼼꼼히 확인해야 함. 용추사에서 연천마을까지 차도로 1시간가량 걸어야 하므로 야간 안전에 유의 |
숲을 헤치며 걷는 능선 마룻길과 오아시스 같은 거망산 샘터
오후 2시 반경, 황석산 정상과 남봉의 아찔한 암릉을 뒤로하고 거망산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황석산에서 거망산까지는 4.3km에 달하는 능선 마룻길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다시 오기 힘든 이 아름다운 마룻길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치 시소를 타듯 한 고개를 내려갔다 다시 올라서기를 반복하며 호젓한 능선 산행을 이어갔다.
사람 키보다 높게 웃자란 풀들이 만든 무성한 풀숲을 헤치고, 길가로 길게 뻗어 나온 나뭇가지들을 밀쳐내며 걸어 나갔다. 길을 반쯤 가린 산길은 조금 험하고 고되었지만, 오르락내리락 산등성이를 지나 마주한 거망산의 품은 황석산의 거친 암봉과 달리 한층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거망산 삼거리 아래쪽에 이르자 반가운 샘터가 나타났다. 가져온 물이 바닥나 갈증이 극에 달해 있던 터라 무엇보다 반가운 오아시스였다. 짙푸른 이끼가 부드럽게 피어난 돌 틈 사이로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자그마한 샘에서 솟구치는 물은 그야말로 생명수이자 천연 약수였다. 손바가지로 물을 모아 받아 마시니 달고 시원한 기운이 몸속 깊은 곳까지 퍼져나갔다.
샘물로 기운을 가다듬은 뒤 한달음에 거망산 꼭대기에 올랐다. 밋밋하게 펼쳐진 거망산 정상(1,184m)의 무성한 잡풀 사이에는 시뻘건 글씨로 새겨진 대형 표지석이 서 있었다. 오히려 그 뒤편에 다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담한 크기의 옛 앉은뱅이 정상석이 주변 풍경과 훨씬 잘 어울려 정감이 갔다.
어둠이 깔리는 지장골 하산길과 아슬아슬한 시야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날머리인 용추사까지는 3.4km. 내리막길이니 2시간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장골을 따라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순한 산길을 쿵쿵거리며 뛰어 내려갔다.
그러나 깊은 산속에는 어느새 어두운 땅거미가 가뭇가뭇 내리앉기 시작했다. 눈에 초점이 잘 맞지 않고 보이는 풍경마다 희미해졌다. 연신 눈을 비비고 크게 떠보아도 엷은 막을 한 커풀 씌운 듯 답답함이 밀려왔다. 어둠이 내릴 때면 평지에서도 발이 땅에 닿는지 허공에 닿는지 헤매기 일쑤인데, 흐릿한 시야 속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려니 발이 공중에 붕 뜨는 듯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산길 중간에 산길이 계곡으로 이어지면서 문득 길이 끊겨 순간 당황하기도 했다. 다행히 앞서간 산객들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산악회 꼬리표(표지띠)를 이정표 삼아 한 걸음씩 더듬어 내려온 끝에 무사히 날머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용추폭포의 굉음과 적막한 밤길을 걸어 도착한 연천마을
날머리인 용추계곡은 크고 넓었으며, 계곡 곳곳에는 굵직굵직한 바위들이 저마다 멋을 부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때 먹구름이 짙어지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금세 날이 깜깜해질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지는데, 하산 길목에 고즈넉한 용추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추사 경내로 들어가 약수 한 바가지를 들고 숨을 돌리는데 비가 후드득 내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절을 관리하시는 듯한 분이 계셔 택시를 부를 수 있는지 여쭈었더니, 본인도 마침 볼일을 마치고 나가는 길이라며 흔쾌히 차를 태워주시겠다고 했다. 경내를 둘러볼 틈도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주차장에 다다랐을 때, 아래쪽 계곡에서 세상을 뒤흔드는 듯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바로 높이 15m, 깊이 25m에 달하는 용추폭포였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장관과 웅장한 물소리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했다.
친절한 분의 차를 타고 십여 분을 달려 탁현 삼거리에서 내렸다. 원래대로라면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했을 길이었는데, 뜻밖의 인연 덕분에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차를 세워둔 연천마을을 향해 포장도로를 걸어갔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산골길에는 땅바닥까지 깔린 어둠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듯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오직 산마을을 지날 때마다 낯선 이의 발소리를 경계하는 동네 개들이 컹컹 짖어대는 소리만이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이내 다시 적막이 찾아오고, 밤길을 밟는 우리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이 또박또박 정겹게 울렸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을 걸어 마침내 들머리였던 연천마을이 보이고, 길가에 바짝 붙여놓은 검은색 우리 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비로소 다리에 맥이 풀리며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10여 시간 동안 숨 가쁘게 달리느라 몸은 다소 무리가 되었을지 몰라도, 산이 베푼 포근한 온기와 넉넉한 정감이 가슴 깊이 배어드는 하루였다. 그 덕분에 마음만은 더없이 개운하고 풍요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