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2026

[화순 백아산] 백아산 등산코스 추천 | 곡성 관음사·하늘다리·마당바위·정상·아산목장 원점회귀 산행기


전남 화순군 백아산

화순 백아산 등산코스 & 핵심 정보 요약


구분주요 내용
위치전남 화순군 북면 (높이 810m) 및 전남 곡성군 (관음사)
산행 코스곡성 관음사 들림 ➔ 화순 아산목장 출발 ➔ 연리지 삼거리(무릉교) ➔ 하늘다리(절터바위-마당바위 연결) ➔ 마당바위 ➔ 약수터 갈림길 ➔ 백아산 정상(810m) ➔ 약수터 ➔ 능선삼거리 ➔ 아산목장 (원점회귀)
소요 시간 약 4~5시간 소요 / 초입 오르막은 가파른 육산 형태라 체력소모가 크나, 능선길과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중간 이상 난이도
볼거리심청전 설화 곡성 관음사, 756m 고지의 66m 절경의 하늘다리, 6.25 한국전쟁의 비극이 남아있는 천연요새 마당바위, 흰 거위가 옹기종기 모인 듯한 백아산 기암절벽 조망
산행 팁하늘다리 중간에 투명창이 있어 아찔함을 선사함. 정상 부근은 사방이 탁 트여 있어 바람이 매우 세게 불므로 여름철이나 간절기에도 바람막이 외투를 필수 지참해야 함

비몽사몽간에 마주한 곡성 관음사와 심청 설화

늦은 밤 잠자리에 든 데다 꿈속에서 길을 헤매느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새벽같이 몸을 일으켜야 했다. 온몸이 찌뿌둥해 이불 속에서 더 뒹굴고 싶었으나 산으로 향한다는 생각 하나에 몸이 번쩍 일어났다.

하지만 집을 나설 때부터 컨디션은 좋지 않다. 차에 올라 이동하는 내내 의자 깊숙이 묻혀 하품을 연신 해댔다. 민망함에 입을 꾹 다물어 삼켜보아도 눈물이 질금거릴 정도로 하품이 터져 나왔다. 머릿속은 멍해지고 시들시들해진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툭 떨어진 고개를 깜짝 놀라 젖혔다가도 다시 또 떨어뜨렸다. 천근만근 같은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까무룩 잠 속에 빠져들었다.


전남 곡성군 관음사

비몽사몽간에 첫 목적지인 곡성 관음사에 도착했다. 깊은 산골 넓은 터에 고즈넉하게 들어선 전각들을 바라보며 상큼한 새벽 산공기를 깊게 마시니 비로소 집 나갔던 생기가 돌아오는 듯했다. 곡성 성덕산에 자리한 관음사는 고전소설 <심청전>의 근원 설화가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백제 분서왕 3년(AD 300년) 성덕 보살이 금동관세음보살상을 모셔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관련 기록은 1729년에 간행된 '성덕산 관음사 사적기'에 상세히 실려 있다.

설화에 따르면 충청도 대흥현의 맹인 원량의 딸 홍장은 남다른 효심과 지혜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원량이 홍법사 법당 시주를 부탁받자 딸을 심부름꾼으로 보냈는데, 화주승을 따라 떠나는 홍장의 모습을 보며 부녀는 물론 온 산천과 짐승들까지 슬피 울었다고 한다. 홍장은 소랑포에서 진나라 사신을 만나 보화를 받고 중국으로 건너가 황후가 되었다. 이후 관음보살상을 주조해 돌배에 실어 백제로 보냈고, 이를 옥과에 살던 성덕 처녀가 등에 업고 가다가 불상이 갑자기 무거워진 자리에 절을 세운 것이 바로 관음사의 시작이다.

무릉교를 지나 하늘다리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

사찰을 둘러본 후 본격적인 백아산 산행을 위해 화순 북면에 위치한 아산목장으로 이동했다. 백아산(810m)은 희끗희끗한 암봉들이 마치 흰 거위(白鵝)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전남 총사령부가 들어섰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산행 코스는 아산목장을 출발해 하늘다리, 마당바위, 약수터 갈림길, 정상에 오른 뒤 다시 약수터, 능선삼거리를 거쳐 아산목장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로 잡았다. 식당 건물 앞을 지나 푸른 잔디가 깔린 뒷마당을 건너자 연리지 소나무가 있는 삼거리가 나타났다. 왼쪽에 놓인 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우리에게 산은 곧 무릉도원이나 다름없기에 이 다리에 '무릉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출발부터 발목에 쇠뭉치를 찬 듯 다리가 무거웠다. 수면 부족으로 체력이 떨어져 한 걸음 떼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그러나 숲 깊숙이 들어설수록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산의 흐름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며 하늘다리를 향해 꾸준히 걸음을 옮겼다.

아찔한 하늘다리와 역사적 아픔을 품은 마당바위

마침내 백아산의 명물 하늘다리 앞에 섰다. 깎아지른 기암절벽 사이로 펼쳐진 빼어난 산세는 언어나 그림으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었다. 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 동안 풍경을 감상했다.


전남 화순군 백아산 하늘다리

756m 고지의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잇는 하늘다리 아래는 아득한 낭떠러지다. 한국전쟁 당시 환란 속에 희생된 토벌대와 빨치산 등 수많은 넋이 하늘로 편안히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늘다리'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오를 때는 밋밋한 흙산인 줄 알았으나, 막상 올라서서 바라본 암봉들은 거친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중간중간 투명창 너머로 산 밑바닥이 까마득하게 들여다보여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려 앞만 보고 걸어가는데, 남편이 마음속 두려움은 외물에서 비롯된다며 연암 박지원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박지원이 밤에 열하를 건널 때 거센 강물 소리에 공포를 느꼈으나, 그것이 마음의 투영임을 깨닫고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면서도 방 안에 있는 듯 편안함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연암의 가르침을 새기며 다리를 지나자 뾰족한 암릉을 따라 하늘과 맞닿을 듯 곧게 뻗은 데크길이 반겨주었다.

이어 도착한 마당바위는 수직 절벽이 담장처럼 둘러싸인 곳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이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널찍한 평지였다. 천연 요새였던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군경 토벌대와 빨치산 간에 치열한 혈전이 벌어졌고 수많은 목숨들이 스러져다. 처절했던 비극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마당바위는 세월의 아픔을 삭인 채 조용히 산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상에서의 차가운 바람과 정겨운 하산길


전남 화순군 백아산 정상

약수터 갈림길을 지나 백아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석 옆 하얗게 분칠을 한 듯한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먹구름이 끼고 세찬 바람이 몰아쳤다. 햇살마저 구름 뒤로 숨어버리자 사방이 탁 트인 정상 바위 위는 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워졌다. 바람막이 외투로 몸을 싸매고 앉아 아득한 산세를 내려다보았다. 날이 저물 때까지 머물고 싶은 비경이었으나, 오한이 감돌아 차 한 잔을 비우고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산하는 길에 약수터에 들러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고 정자에 앉아 지나온 하늘다리를 올려다보았다. 남편은 주변 바위에 올라가 파노라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려오는 산길 곳곳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자라는 연리지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서로 가지를 내어주며 의지하고 살아가는 나무들의 다정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약수터 갈림길에서 능선삼거리를 거쳐 아산목장으로 무사히 내려왔다. 집을 나설 때 배낭 가득 짊어지고 온 몸과 마음의 무게가 산길을 따라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산이 주는 위안에 점점 중독되어 가는 기분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도록 이 아름다운 산길을 지치지 않고 자유롭게 거닐 수 있기를 조용히 소망해 본다.